“예전부터 최지만이 한국에서 뛰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했다.”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33)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지만(33·뉴욕 메츠)과 인연이 깊다. 지난 2017년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스크랜턴/윌크스-배리에서 처음 만난 두 선수는 2021년 탬파베이 레이스 메이저리그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최지만은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엔스를 보며 안타까워했고,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한국행을 추천했다. 2022~2023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를 거친 엔스는 2024년 LG 유니폼을 입고 마침내 한국 무대에 왔다. 최지만의 추천이 통한 셈이다.
엔스는 “LG와 계약을 하고 나서 최지만에게 축하 연락을 받았다. ‘LG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많이 기대된다’는 얘기를 해줬다”며 “양키스, 탬파베이에서 같은 팀메이트로 뛰었다. 오래 전부터 내가 한국에서 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해줬다. 그때부터 어느 정도 한국을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지만은 지난 17일 메츠와 메이저리그 승격시 1년 최대 350만 달러 스플릿 계약을 맺기 전까지 FA 신분으로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차려진 LG 스프링캠프를 함께했다. 이때 엔스와도 반갑게 해후했다. 엔스는 “최지만이 우리 캠프에 합류해 상당 기간 같이 연습했다. 다시 만나서 좋았다. 여기서 보낸 시간이 도움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빅리그 활약을 응원했다.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메이저리그를 2경기 짧게 경험한 엔스는 2018년부터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202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 계약을 했으나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미뤄지면서 방출 통보를 받고 독립리그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커리어가 끊길 위기 속에서 엔스는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2019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트리플A에서 좋지 못한 시즌을 보낸 뒤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미뤄지면서 많은 시간이 주어졌고, 그 시간을 활용해 투구 메카닉에 대해 고민했다. 여러 관점으로 나의 투구를 뜯어보며 다양한 훈련을 시도했다. 그렇게 조정을 하고 난 뒤 독립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탬파베이로부터 오퍼를 받았다”며 “그때 새로운 훈련과 메카닉 조정 이후 구속 상승이 지속된 것에 굉장히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 후반기 탬파베이에서 9경기(22⅓이닝) 2승2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로 활약한 엔스는 2022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세이부에서 첫 해에는 23경기(122⅓이닝) 10승7패 평균자책점 2.94로 활약하며 재계약했지만 지난해 12경기(54이닝) 1승10패 평균자책점 5.17로 부진한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한국으로 넘어온 엔스는 염경엽 감독의 주문을 받아 비시즌부터 체인지업 연마에 집중했다. 캠프에 합류한 뒤에도 체인지업을 테스트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일본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 다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체인지업을 가다듬을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생각이 일치했다”며 “감독님은 우승 감독이고, KBO리그에서 경험이 많다. 타자 성향이나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를 알기 때문에 믿고 따르고 있다. 코칭이든 티칭이든 언제든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열린 마음을 보였다.
지난 21일 라이브 피칭에 이어 25일 첫 청백전에서도 2이닝 무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좋은 페이스를 유지한 엔스는 벌써 LG 1선발로 낙점됐다. 내달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 개막전 출격을 준비한다. 한화도 돌아온 괴물 투수 류현진을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로 공표하며 기대감을 잔뜩 높이고 있다.
엔스는 “에이스 역할에 대한 부담은 없다. 경기에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해 팀에 승리를 안겨주고 싶다. 그렇게 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매 경기 전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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