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부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이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경기 연속 멀티 출루 행진으로 FA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높이고 있다. 7kg 증량으로 장타력 상승까지 기대케 한다.
김하성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에 5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 1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1회 첫 타석부터 장타가 터졌다. 2사 3루에서 밀워키 좌완 선발투수 롭 자스트리니즈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번개 같은 스윙으로 배럴 타구를 만들어냈고,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밀워키 중견수 잭슨 츄리오의 키를 넘어가는 1타점 2루타가 됐다. 2-2 동점을 만든 한 방.
이어 3회에는 우완 에놀리 파레디스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내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4회를 마친 뒤 교체된 김하성은 지난 23일 시범경기 개막 LA 다저스전 1타수 1안타 1볼넷에 이어 2경기 연속 멀티 출루이자 4타석 100% 출루 행진을 펼쳤다.
여전히 완벽한 김하성, 7kg 증량 벌크업 효과까지
미국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이날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김하성은 여전히 완벽하다’며 ‘1타점 2루타에 볼넷을 기록했다. 올 봄 시범 경기에서 2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 중이다’고 전했다.
시범경기이고, 몇 경기 치르지 않았지만 김하성의 페이스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김하성은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범경기인 만큼 다치지 않게끔 하는 데 가장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다른 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벌서부터 너무 들뜰 필요는 없지만 지난겨울 엄청나게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지난해 17홈런을 때리며 장타력을 뽐낸 김하성은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 체중을 7kg 불리고 들어왔다. 1회 첫 타석 타구도 생각보다 타구가 멀리 뻗어나갔다. “잡히지 않을까 했는데 운이 좋았다”는 김하성은 “웨이트 열심히 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프로필상 175cm, 76kg으로 작은 체구인 김하성이지만 이번 캠프에선 육안으로 봐도 상체 근육을 키운 게 보인다. 그는 “근육량과 체중이 많이 늘었다. 이걸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7kg 정도 체중이 늘었다”고 밝혔다.
20홈런 유격수 가치는 얼마? 비교 대상은 스완슨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11년 2억8000만 달러 FA 계약으로 샌디에이고에 온 거물 잰더 보가츠와 포지션 스위치를 통해 2루수에서 유격수로 복귀한 김하성은 FA 시즌을 앞두고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벌크업 효과로 20홈런까지 넘기면 장타 치는 유격수로서 가치가 더더욱 높아진다.
김하성이 내셔널리그(NL)에서 가장 수비 잘하는 유격수로 꼽은 댄스비 스완슨(30·시카고 컵스)이 그의 FA 비교 대상으로 꼽힌다. 골드글러브 2회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스완슨은 3년차부터 장타력을 서서히 끌어올리면서 FA 대박을 쳤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인 2021년 27개, 2022년 25개의 홈런을 터뜨리면서 컵스와 7년 1억77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다. 스완슨은 지난해 컵스에서도 22홈런을 쳤다.
김하성이 올해 20홈런을 넘기면 스완슨과 비슷한 대우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유격수로서 기본이 되는 수비를 등한시할 수 없다. 김하성도 “(체중 증가로) 수비에서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며 “시즌이 치를수록 살이 많이 빠진다. 그걸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장타력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확 달라진 감하성 위상, 거물 선수도 수비 물어본다
유격수로 FA 대박을 치기 위해선 수비가 기본이 돼야 한다. 이날 김하성은 유격수 수비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1회 1사 만루에서 블레이크 퍼킨스의 1루 땅볼 때 크로넨워스의 송구를 받아 2루를 밟고 포스 아웃을 잡았다. 이어 1루로 정확하게 송구했지만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투수 아빌라가 공을 떨어뜨려 더블 플레이가 되지 않았다. 투수 포구 실책으로 이닝 종료 상황에서 2실점.
3회에는 2사 후 하세의 정면 땅볼 타구를 여유 있게 잡아 1루로 송구하며 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했다. 4회에는 2루수 보가츠와 연계된 키스톤 플레이도 했다. 2사 1,2루에서 브라이스 투랑의 땅볼 타구를 잡은 보가츠가 2루로 토스한 뒤 김하성이 베이스를 밟고 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지난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초반에만 3루수로 53경기(50경기·442⅔이닝)를 뛰었을 뿐 유격수로만 통산 1338경기(1325선발·11675⅔이닝)를 소화한 보가츠는 올해 김하성에게 유격수로 내주고 2루수로 뛰고 있다. 내야수로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지만 2루는 처음이다 보니 낯선 부분이 있고, 김하성에게 훈련 때부터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보인다. 올스타 4회, 실버슬러거 6회 경력의 베테랑이 그만큼 김하성을 인정했다.
김하성은 “보가츠가 2루수를 거의 해본 적 없기 때문에 피벗 플레이 같은 부분에서 나와 제이크 크로넨워스에게 많이 물어본다”며 “수비는 내가 자신감을 갖고 있는 분야다. 보가츠와 키스톤 콤비 호흡도 나쁘지 않다. 경기에 더 많이 나가서 맞춰나가면 괜찮을 것이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