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격코치와 동료 외야수가 벌써 이정후(25)의 능력에 반했다. 메이저리그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이지만 그를 향한 신뢰와 기대는 상당하다.
이정후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결장했다. 전날(24일) 아주 경미한 옆구리 통증으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이정후의 결장을 미리 예고했다. 이날 경기는 샌프란시스코가 4-8로 졌다.
26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원정경기도 동행하지 않을 예정인 이정후는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몸을 만들며 시범경기 데뷔를 준비한다. ‘MLB.com’은 이정후가 25일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했고,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출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27일 LA 에인절스전까지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6년 1억1300만 달러로 거액을 투자한 선수라 샌프란시스코도 보물단지 다루듯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시범경기 데뷔는 조금 늦어졌지만 이정후를 향한 팀 내부의 신뢰와 기대는 변함없다. 미국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도 25일 ‘샌프란시스코의 오프시즌 최대 영입선수 이정후는 아직 한 번도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지만 코치스태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캠프에 합류한 25세의 이정후는 빠르게 적응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12시즌 통산 292홈런을 터뜨린 거포 출신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신임 타격코치도 “배팅 케이지에서 이정후를 처음 본 순간 ‘문제될 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적응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는다”며 “그의 야구는 컨택 능력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빠른 공에 적응하는 것이 약간은 어려울 수 있지만 그는 거물이다. 훌륭한 선수이고, 적응을 잘할 것이다”라고 신뢰를 표했다.
이어 버렐 코치는 “우리가 이정후를 좋아하는 이유는 인플레이 타구 생산 능력도 있지만 그 안에 또 다른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담장 밖으로 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우리는 그걸 부추기고 싶지 않지만 이정후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며 과소평가되고 있는 장타력도 높이 평가했다. 야외 프리 배팅 때도 홈런을 곧잘 때려낸다.
샌프란시스코 주전 우익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도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정후와 대화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는 환상적이다. 그의 빅팬이다. 매일 한국어 단어를 하나씩 외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도 이정후는 이미 ‘인싸’로 인정받고 있다. 야스트렘스키는 “파르한 자이디 사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그를 편하게 해줘야 한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팀의 일원이다. 활기차고 재미있으며 선수들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이정후는 팀원들과 친해지고 싶어 하고, 나가서 같이 저녁도 같이 먹으면서 항상 곁에 있길 원한다. 그런 열정이 보여주는 게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또한 야스트렘스키는 “야구는 공통 언어다. 우리 모두 야구를 알고, 그것이 야구의 가장 좋은 점이다. 누군가와 플레이할수록 그 사람의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 더욱더 잘 알게 된다. 이정후는 외야에서 플레이하는 방식이 아주 매끄러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정후를 보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라이브 배팅을 치고 있을 때 그의 타구에 주의를 기울이고, 타구를 처리할 때 그의 범위를 파악하고 있다.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그는 우리 팀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보스턴 레드삭스 레전드 칼 야스트렘스키의 손자인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좌투좌타 외야수로 2019년 데뷔 후 554경기 타율 2할4푼1리(1846타수 444안타) 88홈런 261타점 OPS .788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6경기 타율 2할3푼3리(330타수 77안타) 15홈런 43타점 OPS .775로 고전한 상황에서 이정후와 함께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