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인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빅리거로서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매일 쏟아지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인 요청이다. 아침 출근길부터 경기장 관중석까지 이정후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야구공부터 유니폼, 모자, 종이 등에 이정후 사인을 받기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미국 현지 팬들부터 한국인 팬들도 자주 보인다. 아직 메이저리그에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이지만 6년 1억1300만 달러 대형 계약으로 합류한 스타답게 팬들의 사인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정후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팬서비스에 있어선 최고 중의 최고로 꼽혔다. 매 순간 큰 관심을 받는 슈퍼스타로서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것도 고된 일이지만 이정후에게 사인 거부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특유의 친절한 팬서비스는 변함없다.
그런데 하나 바뀐 게 있다. 바로 사인 형태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글로 이름을 흘려 쓴 사인이었지만 미국에 와선 영문으로 ‘Lee’에 등번호 51 숫자를 옆에 새긴 새로운 사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후는 “영어로 사인을 바꿨는데 갑자기 그렇게 됐다. 따로 연습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사인이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는 “올해는 이렇게 사인을 하고 있는데 너무 흔한 것 같다.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향후 다시 사인을 바꿀 여지를 남겼다.
만약 이정후가 사인을 또 다르게 바꾼다면 지금 이 시기에 받는 ‘Lee’ 사인의 희소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루키 이정후’의 상징으로 향후 ‘레어템’이 될 수 있다. 이정후도 “그럴 수 있겠죠”라며 웃었다.
11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최근 KBO리그 ‘친정팀’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류현진(36)도 미국 진출 직전 해였던 2012년 미리 사인을 바꿨다. 기존 한글로 쓴 사인에서 영문 성 ‘RYU’와 이름 이니셜 ‘HJ’를 이어쓰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반면 올해로 메이저리그 4년차가 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한국에 있을 때처럼 한글로 된 사인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