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금강불괴’ 저스틴 벌랜더(41·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지난 여름 LA 다저스설 트레이드가 끊이지 않았다. 전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던 벌랜더도 다저스행에 동의하려고 했지만 전 소속팀 휴스턴으로 복귀하면서 불발됐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새 시즌을 준비하는 벌랜더 소식을 전하며 지난해 여름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다저스로 트레이드될 뻔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2022년 12월 뉴욕 메츠와 2년 8666만 달러에 FA 계약을 체결한 벌랜더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에 이어 다시 동료가 된 맥스 슈어저(39·텍사스 레인저스)와 더불어 리그 최고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어깨 통증으로 5월에야 시즌을 시작했고, 16경기(94⅓이닝) 6승5패 평균자책점 3.15로 성적이 크게 나쁘진 않았지만 메츠가 가을야구에서 완전 멀어지자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 당시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해 주축 선발 투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다저스가 유력한 트레이드 파트너로 거론됐다.
벌랜더도 다저스행 트레이드에 동의할 생각이 있었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다저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벌랜더는 트레이드 거부권을 실행하지 않고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슈어저가 먼저 텍사스로 트레이드된 뒤 다저스행 가능성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만약 벌랜더가 다저스로 트레이드됐다면 여러 가지로 이슈가 됐을 것이다. 홈경기 때 외야에 설치한 카메라로 상대 사인을 훔친 뒤 덕아웃 뒤 쓰레기통을 두드려 타석의 타자에게 전달한 불법 사인 훔치기로 휴스턴이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때 상대가 다저스였다. 당시 휴스턴에서 첫 우승의 한을 풀었던 벌랜더는 2019년 사건이 뒤늦게 드러난 뒤 “우리 팀은 기술적으로, 분석적으로 진보했다”는 망언으로 다저스 팬들을 분노케 했다.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 벌랜더가 트레이드로 다저스에 갔다면 상황이 꽤 달라졌을 것이다. 선발투수들의 연이은 붕괴로 디비전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전 전패했는데 벌랜더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무기력하게 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벌랜더를 데려왔다면 페이롤에 여유분이 부족해 지난겨울 특급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우 영입에 올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해 가을야구 조기 탈락은 다저스에 아주 큰 충격적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저스가 벌랜더를 영입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이었다. 벌랜더 입장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한 휴스턴으로의 복귀가 편안했다. FA로 떠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트레이드로 복귀하면서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휴스턴 복귀 후 11경기(68이닝) 7승3패 평균자책점 3.31로 지구 우승에 힘을 보탰다. 포스트시즌에서도 3경기(18⅓이닝) 1승1패 평균자책점 2.95로 빅게임 피처 면모를 보였다.
벌랜더는 “메츠에서 잘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텍사스로 트레이드된) 슈어저와 나 모두 우승 임무가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돌아보며 “휴스턴과 일이 잘 풀려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비록 휴스턴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텍사스에 3승4패로 패해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지만 올해도 우승권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