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셔널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FA 먹튀’로 추락한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5)는 거듭된 부상으로 사실상 은퇴 상태다. 하지만 워싱턴과 3년 1억 달러 계약이 더 남아있고, 구단과 불화가 해소되지 않아 ‘공식 은퇴’ 선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스트라스버그는 의사가 은퇴할 때가 됐고, 투구를 다시 시도하면 부상만 당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은퇴할 것이다’며 ‘하지만 워싱턴이 먼저 그의 계약을 풀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을 대표하는 간판 스타였다. 샌디에이고 주립대 시절 미국야구대표팀에 발탁된 특급 유망주 출신으로 200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뽑힌 스트라스버그는 100마일 파이어볼러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10년 데뷔 후 2022년까지 13시즌 통산 247경기(1470이닝) 모두 선발등판, 113승62패 평균자책점 3.24 탈삼진 1723개로 활약했다. 2014년 내셔널리그(NL) 탈삼진왕, 2019년 NL 다승왕(18승)에 오르며 올스타에도 3번 선정됐다.
무엇보다 2019년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으로 팀에 큰 선물 안겼다. 포스트시즌 6경기(5선발·34⅓이닝)에서 5승 평균자책점 1.98로 완벽 투구를 펼쳤다. 월드시리즈에서 2차전(6이닝 2실점), 6차전(8⅓이닝 2실점)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MVP까지 차지했다.
우승 후 옵트 아웃으로 FA가 된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과 7년 2억45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으로 잔류했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 양키스로 옮긴 게릿 콜(9년 3억2400만 달러)에 이어 당시 기준 투수 역대 최고액 2위 기록. 창단 첫 우승 주역에게 걸맞은 특급 대우였지만 그게 워싱턴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 될 줄은 몰랐다.
2020년 계약 첫 해부터 스트라스버그는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2경기 등판에 그쳤고, 2021년에는 어깨와 목 통증 탓에 5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흉곽 충돌 증후군으로 갈비뼈와 목 근육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1년간 재활했지만 2022년 6월10일 마이애미 말린스 상대 복귀전(4⅔이닝 7실점)이 마지막 등판이 됐다. 다음 등판을 앞두고 불펜 피칭 중 같은 부위에 신경계 문제가 재발하며 시즌 아웃됐다.
FA 계약 이후 3년간 고작 8경기에서 31⅓이닝(1승4패 평균자책점 6.89)에 그친 스트라스버그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젊어지지 않는다”고 절망했다. 야구는커녕 일상 생활조차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망가졌다. 결국 지난해 8월말 은퇴를 결정했고, 구단 차원에서 은퇴식과 등번호 37번 영구결번까지 계획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10일 예정된 은퇴 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됐다. 당초 워싱턴 구단이 3년 1억500만 달러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하기로 합의를 해놓고 이를 번복하자 스트라스버그도 뿔이 났다. 해를 넘겨서도 상황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차려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마이크 리조 워싱턴 단장은 지난주 “캠프에서 스트라스버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선수가 아닌 멘토로서 그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합류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 단체협약에 따라 25일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캠프에 합류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스트라스버그와 워싱턴 구단 사이 불화의 골은 더 깊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 계약이 끝나기 전 자발적으로 은퇴하는 선수는 남은 연봉을 모두 받을 수 없지만 야구 관련 부상을 당한 선수는 예외로 적용된다. 스트라스버그 계약은 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아 워싱턴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상황. 스트라스버그와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워싱턴은 사실상 은퇴한 선수를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계속 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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