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선배’ 추신수(42·SSG)가 12년 만에 돌아온 류현진(37·한화)에게 남다른 책임감을 부여했다. 본인이 메이저리그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한국야구의 많은 인프라를 개선했듯 류현진 또한 계약기간 동안 시야를 넓혀 한국야구 발전에 이바지하길 기원했다.
SSG 랜더스의 새 주장 추신수는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지난 23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캡틴으로서 1차 캠프를 마친 추신수는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주장이라고 특별히 다르게 한 건 없다. 다만 조금 더 책임감이 생겼다. 이전에는 야구를 하면서 팀을 관리했다면 이번에는 관리 위주로 캠프를 치렀다.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선수단을 향해 특별히 강조한 점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프로선수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왜 프로선수인지 개개인이 인지하고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냥 유니폼만 입고 이 자리 있는 게 아닌 왜 여기에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운동장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라고 답했다.
새롭게 부임한 이숭용 감독과의 케미는 어땠을까. 추신수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내가 원하는 팀, 추구하는 팀, 추구하는 스타일, 성향이 너무 신기할 정도로 잘 맞았다. 다른 걸 신경 쓸 필요 없이 선수들만 챙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감독님이 선수 입장에서 오픈 마인드로 다가와주셨다.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셔서 많이 놀랐다"라고 신기해했다.
추신수에게 이번 오프시즌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커리어의 마지막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작년 12월 구단을 통해 “2024시즌을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추신수는 “캠프를 시작할 때는 한 번도 못 느끼다가 2~3번 정도 올해 캠프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지 이동거리가 워낙 멀다보니 선수들과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이라는 게 떠올랐다”라며 “다만 예전부터 생각했던 부분이고, 1년 만에 은퇴를 결정한 것도 아니다. 3년 전부터 생각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라 아직은 꿈같다. 크게 와 닿진 않는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추신수는 이 자리를 통해 12년 만에 KBO리그로 전격 컴백한 류현진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잔류와 한화 복귀를 고심하던 류현진은 지난 22일 역대 최대 규모인 8년 총액 170억 원에 한화와 계약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8년 선배인 추신수는 “일단 (류)현진이가 온 거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외국 생활이 쉽지 않은데 정말 멋지게 잘 마무리한 거 같아서 선배로서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더 나아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류현진이 계약기간 동안 KBO리그의 발전을 이끄는 멘토가 되길 희망했다. 추신수의 경우 2021년 SSG 입단 후 메이저리그 16년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KBO 인프라 개선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날렸고, 이는 실제 많은 개선으로 이어졌다.
추신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류현진과의 맞대결이지만 난 다르게 본다”라고 운을 떼며 “현진이는 나와 다르게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메이저리그에 갔다. 이제 좋은 것과 나쁜 것, 해야 하는 것과 안 해야 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야구가 눈앞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류현진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마음과 귀를 열었으면 한다. 국제대회 성적을 내는 건 국민들과 선수들의 목표다. 성적을 낼 수 있게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현진이가 경험을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오픈하고 공유해서 조금 더 강한 팀, 강한 리그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추신수는 류현진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그는 “내가 가고 현진이가 오는 거라 어떻게 보면 바통 터치다. 현진이에게 직접 이런 부분에 앞으로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는 혼자만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듣고 알고 경험해야 한국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류현진의 경우 23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출국 인터뷰에서 추신수와의 맞대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를 들은 추신수는 “많이 기대하라고 하세요”라고 웃으며 “물론 맞대결 상황이 되면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나는 팀만 이기면 된다. 또한 현진이 한 선수만 보는 게 아닌 한국야구의 변화를 생각하고 있다. 나는 조금 더 크게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SSG는 하루 휴식 후 25일 오전 2차 스프링캠프지인 대만 자이로 출국해 본격적인 실전 감각 끌어올리기에 나선다.
추신수는 “대만은 학교 다닐 때 갔던 게 마지막이다. 갔던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래서 기대가 되고 오랜 만에 가는 나라라 좋은 경험도 하고 싶다”라며 “연습경기가 6차례 잡힌 걸로 아는데 부상 없이 시도하고 싶은 걸 다 시도하면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성공적인 캠프 종료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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