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King is back.” 노시환의 영어 문자다. 1군 단톡방에 새로 초대된 신입 멤버를 환영하는 문구다.
그야말로 ‘왕의 귀환’이다. 현직 메이저리거가 돌아왔다. 리그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가는 곳마다 그 얘기다. 기자들 질문 항목에 빠질 수가 없다. 한참 전지훈련 중인 각 팀 감독을 향한 서술형 공통 문항이다. ‘류현진이 컴백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우승팀 사령탑도 예외는 아니다. 염갈량다운 찰진 답변을 준비했다. “당초 생각했던 예상 승수에서 1.5승에서 2승 정도는 빼야 할 것 같다.”
여기까지는 월드 스타를 향한 예우다. 그 다음은 챔피언다운 자신감을 담았다. “LG가 류현진에게 유독 약한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구위가 조금은 떨어졌고, 우리 타자들도 성장했기 때문에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악셀(가속기ㆍaccelerator)을 조금 더 밟는다. “이글스는 무서운 팀이 됐다. 문동주에 류현진이 가세했다. 문동주는 올해 기량이 팍 올라올 것이다. 최소 13승 이상 할 수 있는 투수다. 류현진보다 강한 구위를 가졌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
듣기에 따라서 묘한 멘트다. 분명 칭찬인 것 같다. 그런데 류현진보다 문동주가 강조되는 느낌이다. 한 매체는 ‘염 감독 충격 예언 : 류현진보다 문동주가 더 잘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몇몇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문동주가 류현진보다 낫다? 물론 맥락이 있는 말이다. 문동주는 3선발이다. 그래서 다른 팀 3, 4선발과 붙을 기회가 많다. 즉 비교우위에 있다는 뜻이 내포됐다. 하지만 보통은 잘 하지 않는 얘기다. 그냥 ‘이글스가 좋아졌다’ 정도에서 멈춘다.
게다가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문동주는 최고의 강력함을 지녔다. 어느덧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상대 팀에 더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 있다. 비교 대상은 ‘구위가 조금 떨어진’ 37세 투수 아닌가. 어찌 보면 지극히 야구적인 평가일 수 있다.
혹은 의도가 포함됐을지 모른다. 염갈량은 타고난 전략가다. 일종의 심리전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반응이 있다.
몬스터가 캠프에 합류한 어제(23일)였다. 불펜 세션을 마친 뒤 기자들 앞에 섰다. 간단한 소감 이후에 민감한 질문이 훅 들어온다. 개막전(3월 23일)에 대한 물음이다. 잠실에서 LG를 상대해야 한다. “불펜 피칭을 한 번 더 하고 라이브 BP를 소화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 시간상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 80개까지는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류현진)
이어 염 감독의 얘기도 전해진다. “한화가 강해졌다. 목표 승수를 2승 정도 줄여야 할 것 같다”는 말에 대한 응수가 나온다. “(LG가 줄인 목표 승수) 2승 가운데 1승을 (내가) 개막전에서 거두겠다.” (류현진)
역시 월드 스타다. 위트와 유머, 배포를 두루 갖춘 멘트다. 아울러 ‘구위가 조금 떨어진’ 혹은 ‘문동주보다 잘 할 것 같지 않은’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정면으로는 아니지만, 슬쩍 우회해서 반박한다. 특유의 체인지업 같은 고급스러움이다.
이글스 팬들은 환호한다. 만년 하위 팀 아닌가. 누가 감히 전년도 챔피언을 향해 이렇게 지르겠나.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류현진이 말하니까 안정감 있다’ ‘이런 스토리 너무 좋다’ ‘벌써 재미있다’ 같은 반응들이 쏟아진다.
어찌 보면 이것도 티키타카다. 염 감독과 류현진이 주고받는다. 얼굴 붉히고, 찡그릴 일은 없다. 급발진할 사람들도 아니다. 적당히 선을 지키며, 적당히 팬들의 흥미를 돋운다. 그야말로 감칠 맛+순한 맛 디스전이다.
덕분에 새로운 관심이 생긴다. 그동안은 서울 시리즈에만 열을 올렸다. MLB 개막전이 KBO 리그를 집어삼켰다. 내달 23일에 정규 시즌이 시작된다는 사실도 새삼 일깨워준다.
12년 만의 복귀전이 잠실에서 열릴 지도 모른다. 티켓 예매를 알아보겠다는 반가운 목소리도 들린다. 이게 다 월드 스타가 돌아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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