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다. 우리 팀이 엄청난 전력 상승 효과를 얻게 됐으니 기쁘다”.
지난 23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만난 한화 이글스 투수 이태양은 류현진의 복귀 효과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동산고를 졸업한 뒤 2006년 한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류현진은 데뷔 첫해 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을 기록하며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 1위에 등극했다. 신인왕과 정규 시즌 MVP를 동시 석권하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았다. 류현진은 1군 통산 190경기에 등판해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을 남겼다.
2013년 빅리그 데뷔 후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면서 통산 186경기에 나서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을 거뒀다. 데뷔 첫해인 2013년을 비롯해 2014, 2019, 2021년 네 차례 10승 이상 거뒀고 지난해 11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 3패를 남겼다. 평균자책점은 3.46.
토론토와 4년 계약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게 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 대신 한화 복귀를 택했다. 계약 조건은 8년 최대 총액 170억 원. KBO리그 역대 최고 대우다.
이태양은 “주장 (채)은성이 형이 ‘현진이 형이 왔으니까 선수들이 너무 들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기존 선수들이 잘해야 빛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항상 강조한다. 저 역시 은성이 형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한화 1군 선수단의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들어왔고 동료들로부터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이에 이태양은 “현진이 형이 들어오니까 후배들 모두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다들 TV에서나 볼 수 있던 선수니까 그런 게 아닐까. 하지만 같이 생활하면 똑같다”고 웃어 보였다.
현재 컨디션은 좋은 편. 이태양은 “호주에서 몸을 잘 만들어왔다. 아픈 데도 없고 조금씩 페이스가 올라오는 느낌이다. 경기를 통해 시즌에 맞게 페이스를 올리면 할 수 있는 몫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이태양은 선발과 중간 모두 소화 가능한 전천후 투수다. 그는 “선발이든 중간이든 다 자신 있다. 4,5선발 후보로 시작했으니 선발 욕심도 생겼는데 현진이 형이 복귀하면서 선발 한 자리가 줄어들었다. 제가 불펜으로 가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이태양은 “아쉽긴 하지만 개인의 욕심을 낼 수 없는 게 야구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한화는 류현진의 복귀로 단숨에 5강 전력으로 분류됐다. 이에 이태양은 “기대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많은 분들께서 SSG 시절 (김)광현이 형이 복귀했을 때와 비교하시는데 당시 SSG는 모든 게 갖춰진 상황에서 광현이 형이 들어오면서 퍼즐 조각이 완성된 거고 아직 우리는 부족한 게 사실이어서 가을 야구를 목표로 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태양은 또 “엄청난 기대감과 동기 부여가 생겼다. 우리도 이제는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동기 부여가 시즌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9개 구단의 주요 경계 대상이 됐다. “외부에서 계속 좋은 선수들이 오니까 그럴 거 같다. 특히 에이스의 존재감은 무시 못한다. 연승을 이어가고 연패를 끊어줄 수 있는 에이스가 있다는 게 플러스 요인”이라는 게 이태양의 말이다.
이어 그는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 투수진이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가장 많은 팀이다. 물론 저는 아니지만. 현진이 형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이 왔으니 젊은 선수들이 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양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올 시즌부터 플레잉 코치로 변신한 정우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우람은 2016년 한화 이적 후 필승 카드로 활약해왔다.
팀이 힘들 때 마운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던 선배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이태양은 “우람이 형이 그동안 팀 성적이 안 좋을 때 고생 많이 하셨다. 현진이 형이 복귀하면서 팀 분위기가 좋아졌는데 우람이 형이 ‘함께 못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가 정말 힘들 때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 우람이 형의 노고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을 수 있을 때 같이 웃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