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된 류현진은 “(유니폼이) 가벼워졌고 편안하게 잘 늘어나는 것 같다”고 씩 웃었다.
지난 22일 8년 총액 170억 원 계약으로 한화에 복귀한 류현진은 23일 한화의 2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 도착했다.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선수단과 상견례를 마친 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류현진은 보조구장으로 이동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캐치볼을 소화하며 첫 불펜 피칭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불펜 피칭에 나선 류현진은 손혁 단장, 최원호 감독, 박승민 투수 코치, 장세홍 개인 트레이너가 지켜보는 가운데 45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졌다. 류현진의 불펜 피칭을 지켜본 최원호 감독은 “좋네. 좋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류현진에게 첫 훈련을 마친 소감을 묻자 “좋았던 거 같다. 다들 너무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온 것 같다”고 대답했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와 KBO리그 공인구의 차이점에 대해 “미국 공보다 살짝 묵직한 면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개인 훈련 마지막쯤에 국내 공인구로 몇 번 던지고 왔었는데 아직까지는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첫 불펜 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친 류현진은 “그동안 계속해서 준비해왔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었다. 계속해서 실내에서만 훈련을 하다 보니 빨리 야외에서 하려고 오늘 이곳에 오자마자 던졌는데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내달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개막전 출격도 문제 없다. 류현진은 “불펜 피칭을 한 번 더 하고 라이브 BP를 소화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 시간적으로는 괜찮을 거 같다. 80개까지는 올릴 수 있을 것 같고 한국에서도 65개까지 던지고 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염경엽 LG 감독은 류현진의 복귀로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되겠지만, LG 목표 승수를 2승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류현진은 “(LG 상대로) 2승 가운데 1승을 개막전에서 거두겠다”고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
한화의 영건들은 메이저리그 출신 류현진에게 물어볼 게 너무 많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류현진은 “물어보면 당연히 가르쳐줄 의향이 있다. 제가 가르쳐준다고 다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다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복귀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계약 기간 중 우승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던 그에게 올 시즌 목표 승수를 물었다. 류현진은 “지금은 그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일단 5~6일에 한 번씩 마운드에 올라 던지는 것만 생각하면서 준비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박승민 투수 코치는 류현진의 첫 불펜 피칭에 대해 “실내에서만 캐치볼을 하다 오늘 처음으로 야외에서 던졌다. 강하게 던지지 않았지만 피칭 퀄리티는 좋아보였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또 “첫 투구인데 역시 류현진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은 강하게 던진 게 아니라서 평가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몸 상태는 좋아 보였다”고 덧붙였다.
류현진과 호흡을 맞춘 불펜 포수 정우빈 씨는 “공이 되게 쭉쭉 들어오더라. 역시 미국물은 다르다. 투구 폼만 봐서는 100% 상태가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공이 쭉쭉 들어오고 변화구의 각도도 좋았다”고 말했다.
대개 불펜 피칭할 때 포수들이 투수의 기를 살리기 위해 화이팅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류현진의 첫 불펜 피칭은 스터디 카페를 연상케 할 만큼 조용했다. 정우빈 씨는 “화이팅을 내려고 해도 기에 눌렸다”고 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