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일까?
프로야구 출범 43년째를 맞는 2024 스프링캠프는 예년과 사뭇 다른 풍경들이 빚어지고 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강력한 우승 전력을 갖춘 팀에 큰 변고가 생겨 갑자기 지휘봉을 잡는 일이 벌어졌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캠프 막판에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78승 투수가 갑자기 복귀하는 선물을 받았다. 두 사령탑들은 생각치 못한 대운을 만난 것이다.
KIA는 지난 1월말 호주 캔버라 캠프를 앞두고 격진이 일었다. 캠프를 잘 준비하던 김종국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구단은 수사를 받는 사실을 파악하고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으나 다음날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계약해지를 결정했다.
선수들은 수장없이 캔버라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진갑용 수석코치가 무난하게 캠프를 이끌었다. 대신 국내에서는 차기 감독을 놓고 폭발적인 관심이 일어났다. 야인으로 나온 전직 감독들과 레전드 이종범까지 하마평이 무성했다. 내부에서는 진갑용 수석코치와 이범호 타격코치가 후보에 올랐다.
구단은 애초부터 외부 영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어 고려대 출신까지 배제했고 자연스러게 이범호 코치가 최종후보로 낙점을 받았다. 현지와 화상으로 연결해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범호 신임 감독이 탄생했다. 아직 43살이 되지 않는 젊은 리더십을 선택한 것이다. 선수와 코치로 보여준 리더십과 야구에 대한 깊이를 인정받아 11대 사령탑으로 올랐다.
KIA는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강력한 외인원투펀치와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로 이어지는 국내파 트리오까지 선발진이 탄탄하다. 불펜진도 10개 구단 가운데 상위수준이다. 여기에 박찬호 최원준 김도영의 40도루 트리오,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의 강력한 중심타선, 3할타자 김선빈과 이우성이 포진한 하위타선도 짜임새가 견고하다. 내외야 백업층도 두터워졌다.
이 감독은 전임 감독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사령탑에 올랐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런 전력을 맡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천운을 타고 났다는 말도 나온다. 아직 초보감독이지만 구슬을 잘 꿰는 능력을 발휘한다면 가을에 웃을 수 있고 지도력을 인정받는 길로 갈 수 있다. 이 감독도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2월 중순부터 한화 이글스 안팎에서 희망의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토론토 블로제이스와 4년 계약을 종료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복귀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실제로 현지 언론에서도 류현진은 충분히 선발투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와 한국 복귀 보다는 ML 잔류를 예상했다. 복수의 구단들이 행선지로 등장했다.
그런데 류현진은 1~2년만 뛸 수 있는 구단을 찾았다. 이왕이면 우승이 가능한 구단도 기준에 포함되었다. 보다 젊고 건강한 몸상태로 한화에 복귀하고 싶었던 것이다. 최대 4년까지 다년 계약을 원하는 제의를 뿌리쳤다. 원하는 제의가 들어오지 않자 과감하게 한화 복귀를 결단했다. 샐러리캡을 고려해 8년 170억 원에 사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류현진의 복귀는 한화 전력의 급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1선발투수로 160이닝을 소화하며 10승은 기본이고 최대 15승까지 거둘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화는 작년 승률 4할2푼2리였으나 류현진의 가세로 5할 승률 이상으로 성적 향상을 기대받고 있다.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의 복귀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몸상태가 좋다면 개막전 선발투수로 기용하겠다"며 일찌감치 개막전 예고도 했다.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밝혔지만 그 이상의 꿈도 꿀 수 있게 됐다. 작년 시즌 도중 지휘봉을 물려받았지만 전력의 한계를 노출하며 9위에 머물렀다. 이제는 감독으로 류현진을 앞세워 확실한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최근 5년 9위-10위-10위-10위-9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대반지를 얻은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