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시범경기 첫 날부터 마운드가 붕괴됐다. 유격수로 돌아온 김하성이 1회에만 26분 동안 땡볕이 내리쬐는 그라운드에 서있어야 했다. 하지만 초구 안타와 풀카운트 볼넷으로 멀티 출루 활약을 하며 FA 시즌 스타트를 잘 끊었다.
샌디에이고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LA 다저스에 1-14 대패를 당했다.
5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한 김하성은 2회 첫 타석 초구에 좌중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6구 풀카운트 승부 끝 볼넷으로 100% 출루에 성공했지만은 팀은 다저스에 무기력하게 졌다.
시범경기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지만 경기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샌디에이고로선 꽤나 찜찜하다. 1회 시작부터 투수들이 버티지 못하면서 한 달도 남지 않은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내달 20~21일 고척스카이돔)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김하성, 초구 안타에 풀카운트 볼넷 '100% 출루'
이날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 잰더 보가츠(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 루이스 캄푸사노(포수) 김하성(유격수) 잭슨 메릴(좌익수) 에구이 로사리오(3루수) 칼 미첼(지명타자) 호세 아조카(중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조 머스그로브.
다저스에선 무키 베츠(2루수) 크리스 테일러(유격수) 제임스 아웃맨(중견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 오스틴 반스(포수) 개빈 럭스(지명타자) 크리스 오윙스(3루수) 앤디 페이지스(우익수) 케빈 패들로(1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선발투수는 개빈 스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가 0-8로 뒤진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부터 초구 공략을 시도했다. 다저스 두 번째 투수로 나선 우완 마이클 그로브의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자 정확하게 받아쳐 좌중간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만들어냈다. 샌디에이고의 첫 안타였다.
4회 두 번째 타석에도 김하성은 출루에 성공했다. 1사 주자 없이 들어선 김하성은 다저스 좌완 불펜 알렉스 베시아를 맞아 배트 한 번 휘두르지 않고 6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2타석 연속 출루.
4회 공격을 마친 뒤 5회 수비를 앞두고 메이슨 맥코이로 교체돼 경기를 마친 김하성은 유격수 수비에서 타구가 하나도 오지 않았다. 1회 테일러의 2루수 키 살짝 넘어가는 안타 타구를 잡은 보가츠가 2루로 송구했고, 빠르게 베이스 커버를 들어와 주자를 체크하는 기민함은 여전했다.
서울 개막 선발 후보 0이닝 4실점, SD 투수진 14실점 붕괴
이날 경기는 샌디에이고가 다저스에 1-14 대패를 당했다. 서울 개막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 머스그로브가 0이닝 2피안타 1볼넷 1사구 4실점으로 무너지며 1회도 버티지 못한 게 아쉬웠다. 지난 2021년 고향팀 샌디에이고에 트레이드로 합류한 머스그로브는 3년간 79경기(459⅔이닝) 31승19패 평균자책점 3.05 탈삼진 484개로 활약한 핵심 투수. 일본인 다르빗슈 유와 함께 서울시리즈 개막 2연전 출격이 유력하다.
그러나 시범경기 첫 단추는 제대로 꿰지 못했다. 1회 시작부터 다저스 1번타자 베츠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머스그로브는 다음 타자 테일러에게 2루수 보가츠의 키를 살짝 넘어가는 안타를 맞으며 연속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제임스 아웃맨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면서 순식간에 만루 위기에 내몰린 머스그로브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좌중간 담장을 원바운드로 넘어가는 인정 2루타를 허용했다. 2점을 내준 뒤 무사 2,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가 24개밖에 되지 않았는데 제구가 잡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특히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가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크게 벗어나며 감을 잡지 못했다. 결국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24구 만에 조기 강판됐다.
머스그로브에 이어 우완 카터 로웬이 급하게 몸을 풀고 나왔다. 로웬은 반스를 삼진 처리했지만 럭스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이어진 1사 만루 위기에서 오윙스에게 다시 좌측 담장을 원바운드로 넘어가는 2타점 2루를 맞았다. 이어 페이지스에게 우전 안타, 패들로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으면서 순식간에 1회에만 8실점했다.
로웬도 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졌고, 샌디에이고는 1회부터 투수를 두 번 바꿔야 했다. 3번째 투수 게이브 모서가 타자 일순으로 만난 베츠와 테일러를 연이어 직선타로 잡아내며 어렵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오후 1시10분 시작된 1회초가 1시36분에야 끝났다. 유격수로 복귀한 김하성에겐 타구가 하나도 오지 않았다.
샌디에이고는 4회 크로넨워스의 우월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냈지만 6회 또 6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마운드가 뭇매를 맞았다. 모이세스 루고가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4피안타 2볼넷 6실점으로 난타를 당해 스코어가 1-14로 크게 벌어졌다. 경기 흐름이 다저스로 완전히 넘어갔다.
비록 14실점으로 무너진 샌디에이고이지만 일본인 좌완 투수 마쓰이 유키는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3회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마쓰이는 럭스, 오윙스, 페이지스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각각 4개씩, 투구수는 12개에 불과했다. 주무기 스플리터 등 변화구로 다저스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샌디에이고 팬들의 큰 박수 속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5년 2800만 달러 계약으로 샌디에이고에 온 마쓰이는 2014녀 데뷔 후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10시즌 통산 501경기(659⅔이닝) 25승46패236세이브76홀드 평균자책점 2.40 탈삼진 860개를 기록했다. 구원왕만 3번 차지할 정도로 일본에서 확실한 마무리로 통했다. 174cm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최고 154km, 평균 140km대 중후반 직구에 슬라이더, 커터,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가 강점. 이날 성공적인 데뷔전으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