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목표는 한화 우승이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한화 이글스 2차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했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친정 한화와 8년 총액 170억 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 11년간의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12년 만에 전격 KBO리그 복귀를 택했다.
이는 종전 KBO리그 다년계약 최고액이었던 두산 양의지의 4+2년 152억 원을 경신한 역대 국내 최고 대우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다 2022년 KBO리그로 돌아온 김광현의 4년 151억 원 계약 또한 훌쩍 뛰어넘었다.
계약에 따라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게 됐다.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면 한화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류현진은 2013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포스팅을 거쳐 해외로 진출한 선수는 국내 복귀 시 반드시 원소속팀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류현진은 다시 독수리맨이 됐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202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현지 시장에서 부상 이력과 나이를 이유로 만족할만한 오퍼를 받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선발 보강이 필요한 복수 구단과 꾸준히 연결됐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최근 선발 2명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볼티모어가 유력 행선지로 언급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설’에 그쳤다.
그런 가운데 지난 19일 한 매체가 류현진이 캐나다 토론토 자택의 짐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한화 복귀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곧이어 류현진이 한화 복귀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양 측은 세부 조건 조율을 거쳐 22일 마침내 ‘오피셜’을 발표했다.
한화 구단은 “박찬혁 대표이사를 필두로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최홍성 전략팀장 등 프런트의 전사적인 협업이 빛을 발하면서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 특히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선수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국내 복귀를 설득해왔다. 1월 중순부터는 박찬혁 대표이사가 본격 협상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라 판단을 내리고 류현진 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체적인 협상을 주도했다”라고 계약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구단은 류현진의 미국 현지 계약 상황을 지켜보며 물 밑에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복귀 여부는 전적으로 류현진의 결정에 달려 있었지만, 상황만 가능하다면 언제라도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37세가 된 류현진의 기량은 여전히 메이저리그급이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나 메이저리그에서 4~5선발은 충분히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풍부한 경험과 관록, 정교한 제구력이 강점이며, 국내로 돌아올 경우 한화에서 다시 한 번 KBO리그를 평정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동산고를 나온 류현진은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해부터 30경기(201⅔이닝) 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의 압도적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을 달성했고, 리그 최초로 MVP·신인왕을 동시 석권했다. 이후 2012년까지 7년 동안 한화에서만 통산 190경기(1269이닝) 98승 52패 1세이브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2013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186경기(1055⅓이닝) 78승 48패 1세이브 934탈삼진 평균자책점 3.27를 기록,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특히 2019년 다저스 소속으로 29경기(182⅔이닝) 14승 5패 163탈삼진 평균자책점 2.32로 호투하며 생애 첫 올스타, 평균자책점 1위와 함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류현진과의 일문일답이다.
-12년 만에 친정 복귀 소감은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었고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었는데 해외 진출하기 전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 부분을 지킬 수 있을 거 같아서 굉장히 뜻 깊게 생각한다.
-몸 상태는
이제는 이상 없다. 작년 재활하고 복귀해서 경기도 치렀다. 전혀 문제될 일이 없다. 실내에서 피칭 65개 정도까지 끌어올렸고, 오늘 가자마자 바로 훈련할 것 같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캐치볼 해보는 거라 느낌이 괜찮으면 바로 불펜피칭 하지 않을까.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미계약 선수로 남아있었다. 기다리는 심정이 어땠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라. 다년 계약 이야기도 있었고, 충분한 1년 대우도 있었는데 일단은 다년계약 오퍼를 수락하면 내가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때 되면 마흔 살이 된다. 그래서 강력하게 거부했다. 최대 1년이었다. 생각을 많이 했다.
-한화 복귀를 결정한 시점은
얼마 안 된 것 같다. 단장님과 사장님, 한화 프런트와 금방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8년 계약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다가오나
8년 계약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로 납득이 됐다. 이제 책임감도 생기고 어떻게 보면 8년 채우면 한국 최고령 선수가 된다. 그 부분에 있어서도 영광스러울 거라고 생각한다. 자부심도 생길 것 같다.
-올해 성적에 대한 목표는
포스트시즌은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첫 번째다. 고참급, 베테랑 선수들도 많아졌고, 작년과 올해 FA 선수들도 영입했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거 같다. 어린 선수들도 지난해 좋은 모습 보이면서 올 시즌 조금 더 자신감 갖고 시즌 시작하지 않을까.
-추신수, 김광현 맞대결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나 역시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신수 형이랑 미국에서 맞대결한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한국에서 붙는다면 조금 더 다른 느낌일 거 같다. 그리고 김광현 선수와는 내가 붙고 싶다고 붙는 게 아니다. 하늘의 뜻이 있어야할 거 같다. 비가 올 수도 있고 감독님끼리 안 붙일 수도 있다. 선수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이 강한데 프리미어12 출전 의향이 있나
선수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뽑아주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대표팀에 가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경기해보고 싶다.
-개막전 선발 등판이 가능한가
일단 투구수는 괜찮은 상황이다. 이 시기에 거의 65개 정도 던진 건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많이 던진 걸 수도 있다. 100%를 다해서 공을 던진 건 아니지만 오늘 가서 느껴봐야 한다.
-구속은 지난해보다 오를 수 있나
조금 더 편하다. 토미존 수술하고 2년 차, 3년 차 때가 가장 팔이 편안한 시기다. 지금까지 순조롭고 편안하게 던져왔다.
-문동주를 어떻게 봤고,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나보다 빠른 공을 던지고, 내가 조언해줄 부분이 전혀 없다. 그런 것보다 경기와 관련한 조언을 해줄 것 같다. 워낙 갖고 있는 게 많은 선수다.
-계약 후 이글스 단체 대화방 초대가 화제가 됐다
조금 이따 도착하면 더 환영을 느낄 거 같다. 일단 선수들이 너무 반가워해줘서 좋았다. 신경 써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11년을 되돌아본다면
투수가 할 수 있는 팔에 대한 수술은 다했다. 그리고 복귀한 걸 위안으로 삼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빨리 지나갔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월드시리즈 등판, 완봉 경기, 방어율 1위를 한 2019년, 수술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다저스, 토론토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여태까지 너무 많은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한국에서도 내가 야구를 그만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많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한화 복귀에 대한 가족의 반응은
다들 너무 축하해주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고생한 걸 알기 때문에 환영해줬다. 아들, 딸은 아마 한국 들어온 걸 더 좋아할 것 같다.
-오랜 절친 이재원과의 배터리 호흡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원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다만 청소년 대표팀 빼고 같은 팀에서 해본 적은 없다. 좋은 포수라 팀 분위기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둘 다 고참이 됐기 때문에 우리가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
-전부터 눈여겨본 후배가 있다면
눈여겨본 선수는 문동주, 황준서 등 젊은 선수들이다.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그들이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한국어로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보내는 스프링캠프가 그리웠을 거 같다
그런 부분 때문에 아무래도 가장 빠르게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이닝에 대한 목표는
건강만 하다면 이닝은 충분히 따라올 것이다. 그래도 150이닝 이상은 던져야하지 않을까.
-8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 외에는 없다.
-로봇심판 적응에 대한 플랜도 궁금하다
일단은 공이 통과하는 존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 부분이 첫 번째다. 그것만 어느 정도 감이 잡히면 충분히 적응하지 않을까.
-피치클락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을 했는데
투수에게 미치는 영향이 많지는 않다. 피치컴을 쓸 수 있다면 더 수월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인 2~3번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화 팬들에게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12년 만에 돌아왔는데 꼭 한화가 포스트시즌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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