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이 KBO리그 역대 최고령 투수가 되겠다는 목표와 함께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다.
한화는 지난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더불어, 한화 이글스와 류현진재단은 MOU를 체결, 유소년 야구 발전 등 사회공헌활동을 공동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류현진은 한화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에이스다. 2006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2순위)로 한화에 입단했고 데뷔 첫 해 30경기(201⅔이닝)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트리플 크라운 달성과 함께 신인상과 MVP를 휩쓸었다. 이후에도 한국 최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KBO리그 통산 190경기(1269이닝)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7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2012년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약 478억원)에 계약하며 당시로서는 놀라운 계약을 따냈다. 포스팅비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342억원)를 포함하면 계약 규모는 6173만7737달러33센트(약 820억원)에 달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저스에서 7년간 126경기(740⅓이닝) 54승 33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빅리그에 안착했다. 특히 FA를 앞둔 2019년에는 29경기(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2019시즌을 마치고 첫 번째 FA에서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3억원)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4년간 60경기(315이닝) 24승 15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2022년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11경기(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메이저리그 잔류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느리게 흘러가면서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이후에도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결국 친정팀 한화에 복귀하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고 한화와 역사적인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화려하게 돌아왔다.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한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 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 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고 계약 소감을 밝혔다.
한화는 “계약에 따라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 선수로 출전하게 된다.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한화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라며 이번 8년 계약의 의미를 설명했다.
메이저리그로 떠나기 전 류현진은 KBO리그 역대 최연소 100승 기록에 도전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해였던 2012년 11승을 달성하면 통산 100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당시 만 25세의 어린 나이로 리그를 지배했던 류현진은 100승을 달성하기만 하면 최연소 100승 기록이 확정적이었다. 역대 최연소 100승 기록이 정민철이 기록한 만27세3개월2일으로 2살 가량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00승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류현진은 27경기(182⅔이닝) 9승 9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활약했지만 당시 한화가 리그 최하위(53승 3무 77패)에 머무르는 약팀이라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 특히 2012년 10월 4일 열린 류현진 마지막 등판 경기는 류현진이 왜 100승을 달성에 실패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홈구장에서 넥센(현 키움)을 상대로 등판한 류현진은 10이닝 4피안타(1피홈런) 12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강정호에게 허용한 솔로홈런 한 방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한화 타선이 최진행의 솔로홈런으로 뽑은 1점을 제외하면 단 1점도 뽑지 못해 결국 승패 없이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그렇지만 류현진이 돌아온 올해 한화는 다르다. 지난 2년간 채은성, 안치홍, 김강민 등 외부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문동주, 노시환, 김서현, 문현빈, 황준서 등 촉망받는 유망주들이 가득하다. 류현진까지 한화에 합류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 가을야구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2승만 기록하면 KBO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할 수 있다. 이제 류현진이 만 37세를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의 베테랑이기 때문에 최연소 100승이 아닌 최고령 100승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이다. 물론 가능한 기록이지만 이는 류현진과 한화에게 모두 좋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KBO리그 역대 최고령 100승 기록은 북일고 이상군 감독이 2000년 4월 30일 LG전에서 기록한 만 38세9일이다. 류현진은 올해 만 37세가 되기 때문에 올해 딱 1승만 거두거나 승리를 하지 못한 뒤 내년에 100승을 기록할 경우 최고령 100승 투수가 될 수 있다.
류현진은 한화의 계약 소식을 전하며 “전력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최고령 100승 투수가 되는 것은 류현진 본인은 물론 팀과 팬들도 바라는 것이 전혀 아닐 것이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