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170억, 왕의 귀환' 류현진에겐 돈보다 한화였다…ML 다년 계약-1000만 달러 거절, 헐값도 감수한 진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2.22 15: 00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퍼가 있었지만 고심 끝에 친정팀 한화로 금의환향했다. 한화의 진정성 있는 기다림에 류현진이 응답한 것이다. 
한화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옵트아웃이 포함된 조건으로 2022년 11월 두산과 4+2년 최대 152억원에 계약한 양의지를 KBO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 기록을 썼다. 세부적인 옵트 아웃 내용은 양측 합의 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류현진은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한화 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 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한화에 복귀한 류현진(오른쪽)이 박찬혁 대표이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류현진. 2012.03.16 / rumi@osen.co..kr

이어 류현진은 “전력 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며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한화에 복귀한 류현진(오른쪽)이 박찬혁 대표이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토론토 시절 류현진. 2022.05.27 / dreamer@osen.co.kr
샌디에이고 다년 계약 오퍼 거절, 한화 향한 진심이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4년 8000만 달러 계약이 끝난 류현진은 지난해 11월3일 공식적으로 FA 신분이 됐다. 11년의 미국 생활로 심신이 지쳤고, 한화에서 함께했던 후배들과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메이저리그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바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았다. 류현진은 일단 잔류를 우선으로 삼았다. 연봉 1000만 달러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전력의 팀을 원했다. 연봉 1000만 달러는 어느 팀에서든 선발 한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이고, 커리어 통틀어 우승을 해본 적 없는 그에겐 어느 정도 갖춰진 전력의 팀이 중요한 요소였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단장회의 때 “류현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내년에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던질 것이다”고 말했지만 FA 시장이 느리게 흘러갔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2명의 일본인 슈퍼스타들이 12월 중순에 거취를 결정하면서 류현진의 연내 계약은 불가능했다. 해가 바뀐 뒤에도 경색된 시장 상황은 잘 풀리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절반에 가까운 14개 구단의 지역 TV 중계권을 갖고 있던 밸리스포츠 운영 주체 다이아몬드스포츠그룹의 파산 문제로 구단들의 주요 수입원이 끊겼다. 전체적으로 시장이 얼어붙자 보라스는 주요 고객들의 FA 계약을 서두르지 않고 늦췄다. 현재까지 투수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내야수 맷 채프먼, 외야수 코디 벨린저, 지명타자 J.D. 마르티네스가 여전히 미계약 FA로 시장에 남아있다. 
토론토 시절 류현진. 2022.06.02 / dreamer@osen.co.kr
한화 이글스가 14일 경상남도 거제시 하청스포츠타운에 2022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를 꾸리고 담금질에 나섰다.토론토 류현진이 캐치볼을 마치고 불펜 피칭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2.02.14 / dreamer@osen.co.kr
이들보다 현재 가치가 낮은 등급에 속한 류현진으로선 기다림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1월말부터 복수의 구단들이 오퍼를 보냈다. 4~5선발 자리가 비어있는 샌디에이고에서는 다년 계약을 제시했지만 류현진이 조건으로 내세운 연봉 1000만 달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페이롤에 유동성이 부족하고, 현재 선수단 구성상 2000만 달러 정도밖에 여유 분이 남지 않아 류현진에게 그 금액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다른 팀에선 1000만 달러에 가까운 1년 계약을 제시했지만 류현진의 조건 중 하나인 전력이 갖춰진 팀이 아니었다. 결국 류현진은 다년 계약뿐만 아니라 1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3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모두 거절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의 한화행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류현진과 한화가 맺은 8년 170억원은 KBO 샐러리캡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한화의 고육책으로 연평균 21억2500만원. 현재 환율로는 약 160만 달러 수준으로 현역 빅리거 류현진에겐 헐값에 가깝다. 
그동안 줄곧 “힘이 있을 때 한화에 돌아오겠다”는 류현진의 진심으로 봐야 한다. 류현진이 그렸던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내년에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건강하게 1시즌을 더 보내며 유종의 미를 거둔 뒤 2025년 대전 새 야구장 개장과 함께 한화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샌디에이고의 다년 계약을 거절했던 이유 중 하나가 2025년 한화 복귀 시나리오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상황이 맞물려 예정보다 1년 빨라졌지만 류현진의 한화 사랑은 이번 계약으로 확실히 증명됐다. 
토론토 류현진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2022.02.23 / soul1014@osen.co.kr
한화 손혁 단장과 류현진. 2022.02.03 /sunday@osen.co.kr
한화의 지극정성, 초유의 비FA 8년 계약 묘수
한화는 오래 전부터 류현진과 토론토의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복귀 작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가상의 시나리오를 펼쳤다. 지난해 8월2일 류현진이 토미 존 수술 이후 재활을 마치고 토론토에서 부상 복귀전을 치를 때 손혁 한화 단장이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를 직접 찾았다. 당시 KBO 10개 구단 단장들이 워크샵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했는데 손 단장은 토론토에서 류현진을 보기 위해 출장을 연장했다. 
류현진이 토론토에서 11경기(52이닝) 3승3패 평균자책 3.46 탈삼진 38개로 반등하면서 메이저리그 잔류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류현진도 12월까지는 큰 틀에서 메이저리그 잔류 또는 한화 복귀에 대한 결정을 구단에 알리고자 했다. 그때까지는 메이저리그에 무게를 두고 있었지만 한화는 그의 결정을 재촉하지 않았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FA이기 때문에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수 있게 기다리면서 진정성 있게 접근했다. 
2009년 한화 투수 인스터럭터 때부터 류현진과 인연을 맺어 관계가 깊은 손혁 단장은 겨울에도 3~4일에 한 번씩 류현진과 통화하며 상황을 살폈다. 1월이 된 뒤에도 원하는 오퍼가 들어오지 앉자 한화에서 내세울 수 있는 계약 조건을 준비했다. 1월 중순부터 박찬혁 한화 대표이사가 본격적인 협상 모드 전환 시점이라고 판단해 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박찬혁 대표가 구체적인 협상을 주도하면서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최홍성 전략팀장 등 구단 수뇌부가 물밑에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한화 박찬혁 대표이사가 류현진(오른쪽)에게 유니폼을 입혀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헌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가 손혁 단장과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02.22 /jpnews@osen.co.kr
워낙 덩치가 큰 선수이다 보니 샐러리캡을 맞추는 게 관건이었다. 샐러리캡 여유 공간이 28억9538만원으로 다른 팀들보다 여유가 있었지만 류현진의 현재 가치에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샐러리캡 1회 초과는 불가피해 보였지만 옵트아웃 포함 8년으로 기간을 최대한 늘려 샐러리캡 위반을 피하는 묘수를 발휘했다. 류현진의 통큰 양보가 결정적이었만 이를 가능하게 한 구단의 전략이 주효했다. 
8년 계약은 리그 최장 기간 타이 기록이다. NC 내야수 박민우가 지난 2022년 11월 5+3년 최대 140억원에 FA 계약한 것이 최초였다. FA가 아닌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원소속팀 한화에 돌아온 류현진은 비FA 신분으로 첫 8년 장기 계약자가 됐다. 
만약 류현진이 옵트 아웃 없이 2031년까지 8년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면 44세까지 선수 생화을 하게 된다. 지난 2009년 한화 투수 송진우가 갖고 있는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43세7개월7일) 기록을 넘어 한국 최고령 출장 선수가 된다. KBO리그 새 역사의 상징성까지 담았다는 것이 한화 구단의 설명이다. 
한화 류현진 2006.06.18 /ajyoung@osen.co.kr
한화 이글스의 스프링캠프가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됐다.토론토 류현진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2022.02.25 /sunday@osen.co.kr
한화 복귀 약속 지킨 류현진, 이제는 우승이다
류현진은 한화 구단이 키운 최고의 선수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할 때만 해도 류현진이 이런 대서수가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유망주로 원하는 곳에 공을 뿌리는 제구력과 완급 조절로 빠르게 성장했다. 대선배 구대성에게 배운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장착한 뒤 누구도 건드리기 어려운 괴물 투수가 됐다. 
2006년 데뷔 첫 해부터 전무후무한 MVP-신인왕 동시 석권의 역사를 쓴 류현진은 2012년까지 7년간 통산 190경기(181선발·1269이닝) 98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탈삼진 1238개로 활약했다. 이 기간 리그 최다 이닝, 승리, 탈삼진에 평균자책점 1위로 압도적이었다.
이후 포스팅을 통해 LA 다저스로부터 무려 2573만7737달러33센트 입찰액을 받았다. 역대 최고 금액으로 당시 환율로 약 280억원에 달했다. 세법에 따라 22%를 떼고 나머지 약 230억원으로 한화는 대전 홈구장 리모델링부터 FA 선수 영입, 서산 전용훈련장 시설 개선 비용까지 곳곳에 잘 사용했다. 
2013년 1월5일 한화 구단이 마련한 메이저리그 진출 기념 특별 환송회 때 류현진은 “한화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팀이다. 한화가 아닌 다른 팀에 갔더라면 이런 자리에 감히 있지도 못할 것이다. 많은 것을 준 구단이고, 앞으로 계속 보답해야 할 팀이다”며 “우승 한 번 못하고 떠나서 죄송하다. 나중에 돌아오면 한국시리즈에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뒤에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집만 은퇴는 한화에서 한다. 마지막은 한화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줄곧 말해온 약속한 류현진은 12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이제 우승 약속만 지키면 된다. 
MLB 진출 기념 환송회에서 류현진(왼쪽)이 정승진 한화 대표이사로부터 감사패를 건네받고 있다. 2013.01.05 /OSEN DB
한화에 복귀한 류현진(오른쪽)이 박찬혁 대표이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류현진은 “나를 믿고 좋은 대우를 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다시 한화 이글스의 일원으로 활약해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항상 응원과 기대를 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류현진은 “나를 믿고 인정해주신 구단주,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 한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내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다시 돌아오게 돼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다”고 기뻐했다. 
류현진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화 선수단의 2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로 합류한다.
한화 류현진 2012.07.01 /spjj@osen.co.kr
한화 이글스의 스프링캠프가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됐다.토론토 류현진이 수비 훈련 중 미소를 짓고 있다. 2022.02.25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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