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아인야구대표팀이 2024 세계농아인야구챔피언십에 참가한다.
대회는 오는 224일부터 29일까지 6일 동안 대만 타이페이 티엔무야구장에서 열린다. 참가국은 주최국인 대만을 비롯해 한국, 미국, 일본, 멕시코 등 농아인야구가 활성화돼 있는 5개 국이다.
이번 대회는 농아인 야구 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세계대회다. 그동안 지역별로는 몇 번의 국제대회가 열렸는데 2000년 미국 워싱턴에서의 5개국 국제농아인야구대회, 2008년 10월 한국 서울에서 열렸던 제1회 아시아농아인야구대회가 대표적이다. 한국농아인야구소프트볼연맹이 주최해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던 서울대회에는 아시아 지역의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의 4개국이 참가한 바 있다.
역사상 최초인 이번 대회가 개최되면 야구는 농아인들의 올림픽인 Deaflympic(데플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상 2개 대륙의 5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대회가 개최된 이력이 데플림픽의 종목이 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아인야구소프트볼연맹(회장 조일연)은 지난해 11월에 농아인야구 국가대표팀을 구성하고 대회 참가를 준비해왔다. 국가대표팀 선수는 감독과 코치를 포함 모두 19명. 지난해 연맹이 개최했던 총 3차례의 전국대회(선동열배OK대회, 연천군수배대회, 진성로프배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해서 선발됐다. 선수 17명 중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출신이 11명으로 다수를 차지하며 나머지 6명은 비선수 출신으로 뒤늦게 야구를 익혀서 재능을 발휘한 케이스다.
연맹은 그동안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선수들을 충주야구장에 소집해 각 1박 2일씩 총 4회의 훈련을 실시했다. 마지막 훈련을 종료한 지난 17일 충주야구장 인근의 식당에서 대표팀 결단식을 갖고 선전의 의지를 다졌다.
한국의 농아인야구는 지난 2002년 충주성심학교에 농아고등학생 야구부가 창단되면서 시작됐다. 그 후 2007년에 연맹이 설립돼 성인 사회인 야구가 활성화됐고, 현재는 전국적으로 13개의 야구팀에 총 250여명의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사이 농아인 야구를 소재로 하는 TV 다큐멘타리가 여럿 만들어졌고, 특별히 지난 2011년에는 영화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이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스토리를 영화화한 '글러브'를 제작 상영해 국내외에서 22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거기에 매년 3-4회 전국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농아인 야구는 대한민국 전체 장애인스포츠 종목 중에서 가장 활발하고 활성화돼 있으나 정작 대한장애인체육회로부터의 공적인 지원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 출전도 유니폼과 장비를 지원해준 프로스펙스, 항공권과 훈련비용을 지원한 프로야구선수협회, 현대엘리베이터, 진성로프, 안양어린이치과 등 여러 기업의 십시일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선수단 19명, 국제수어통역사, 필수 임원 등 총 26명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24일 오전 청주공항에서 출발한다. 대회는 24일부터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진행되며 예선에서 3위 이내에 든 3개국이 결선리그를 벌여서 우승국을 가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