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최악의 FA 계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7명의 업계 전문가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22일(이하 한국시간) 새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팀과 선수에 대한 다양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총 31명의 전현직 야구 임원 및 코치, 스카우트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통해 새 시즌 메이저리그 전망을 내놓았다.
투표자 1명이 3명씩 뽑은 최악의 FA 계약으로 총 30명의 선수가 1표 이상 받았다. 그 중에서 이정후가 7표를 받은 게 눈길을 끈다. 투수 루카스 지올리토(보스턴 레드삭스·8표)에 이어 팀 동료 투수 조던 힉스와 함께 공동 2위다. 또 다른 투수 프랭키 몬타스(신시내티 레즈·4표)가 뒤를 이었다. 야수로는 이정후가 최다 득표다.
디애슬레틱은 ‘선수에 대한 평가만큼 계약 조건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며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아무리 젊고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최악의 계약으로 뽑힌 것은 계약 조건(12년 3억2500만 달러) 때문이었다. 다저스가 클레이튼 커쇼 커리어 수입(2억9470만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야마모토에게 보장한 것이 충격적이라는 이유로 2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라는 선수 자체에 대한 의심이 있을 수도 있지만 계약 조건이 너무 큰 영향도 있어 보인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검증도 되지 않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6년 1억1300만 달러 거액을 썼다. 아시아 타자로는 역대 최고 대우에 빅리그 입성한 이정후는 신인 신분이지만 팀 내 야수 중 최고 계약자이기도 하다. 202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수로 트레이드를 통해 올해 합류한 로비 레이(5년 1억1500만 달러)에 이어 팀 내 몸값 2위 선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재능을 믿고 거액을 보장했지만 투자 관점에서 보면 리스크가 있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에 대해 별도의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선수의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줬다는 점에서 7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에 대한 냉정한 평가일지, 아니면 평가 절하가 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서 무려 6번이나 메인 화면을 장식하는 등 여러 매체에서 호평을 계속 받아온 이정후에게 부정적인 전망은 조금 낯설다. 하지만 고액 몸값의 선수라면 현지 언론의 다양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때로는 억울한 비판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외부 평가와 전망에 휘둘릴 것 없이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낟. 이정후는 이미 정규시즌 개막전 1번타자로 밥 멜빈 감독의 공언을 받았다. 지난 19일 스프링 트레이닝 첫 공식 훈련에 나선 뒤 3일 연속 라이브 배팅을 소화한 이정후는 25일 시작되는 시범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최악의 FA 계약자로 꼽힌 지올리토(2년 3850만 달러)에 대해 디애슬레틱은 ‘2년 계약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혹평했다. 아직 미계약 신분으로 남은 투수 블레이크 스넬도 1표를 받았다. 어느 팀과 계약을 할지 모르지만 스넬의 성공 가능성을 그만큼 낮게 보고 있다. 스넬은 가장 늦게 계약할 FA 선수 1위(20표)에도 뽑혔다.
반면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을 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최고의 FA 계약과 가장 대체 불가능한 FA, 2개 부문에서 1위를 휩쓸었다. 최고 FA 계약으로 25표를 받아 같은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17표)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대체 불가능한 FA 선수로도 24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 임원은 오타니에 대해 “지금껏 이런 FA는 없다. 우리는 항상 ‘역대 최고 FA’를 말하지만 다음 해에는 또 다른 최고 FA가 계속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타겹업이라는 점에서 다른 종류의 열광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