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의 한화 이글스 복귀가 임박하면서 KBO리그 판도가 크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통합 우승 2연패에 도전하며 LG 트윈스 왕조를 꿈꾸는 염경엽(56) 감독도 계획을 수정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 중인 염경엽 LG 감독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류현진의 한화 복귀에 대해 “야구는 재미있을 것 같은데 감독들은 힘들 것 같다. 상위권 팀뿐만 아니라 중하위권 팀들이 특히 힘들어졌다. (5강에) 이제 한 자리밖에 없으니까 치열해질 것이다”며 ‘3강’ LG, KT, KIA에 한화까지 ‘4강’ 그룹으로 내다봤다.
염 감독은 “류현진은 어쨌든 10승 이상할 수 있는 선발 카드다. 시즌 중 팀이 힘들어도 극복할 수 있는 뎁스가 엄청나게 커졌다. 흔들릴 때 무너지는 게 없어질 것이다”며 “KBO리그는 선발 4명을 제대로 갖춘 팀이 거의 없다. 류현진이 돌아오면서 한화 선발진은 랭킹 2위 안에 들어가지 않나 싶다. 우리보다 셀 수 있다”고 평가했다.
KBO리그는 외국인 투수 2명에 토종 에이스까지 1~3선발이 기본 구성이다. 4~5선발은 고정된 투수를 찾기 힘들다. 5명의 선발을 제대로 갖춰 놓은 팀이 없기 때문이다. 매년 전력의 변수로 작용하는데 외국인을 제외한 토종 투수 1~2명만 확실해도 순위 싸움이 유리해진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외에 토종 에이스로 문동주가 있었는데 류현진 복귀로 선발 4명은 어느 팀에도 크게 밀리지 않는 구성이 됐다.
염 감독은 “문동주에 류현진이다. 문동주는 작년의 문동주로 보면 안 된다. 올해 (기량이) 팍 올라올 것이다. 최소 13승 이상 할 수 있는 투수다. 류현진보다 강한 구위를 가졌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 다른 팀 3선발과 싸워서 승률 70% 이상 가져갈 수 있다”며 “타선에도 안치홍이라는 카드가 왔다. 타율 2할8푼에 80타점을 올릴 수 있는 타자다. 이제 전성기에 접어든 노시환도 있고, 여기에 가장 무서운 것은 정은원과 하주석이다. 이 선수들까지 터지면 한화 타선도 절대 꿇리지 않는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지난해 부진한 정은원과 하주석까지 살아나면 타선마저 빈틈이 없어진다.
지난해 9위로 어렵게 탈꼴찌에 성공한 한화는 전력 상승 요소가 많다. FA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한 뒤 2차 드래프트로 외야수 김강민, 방출 시장에서 포수 이재원을 데려오며 베테랑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여기에 지난해 팀의 최대 약점이었던 외국인 타자로 요나단 페라자가 들어온 것도 상당한 전력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김서현과 황준서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까지 기대하고 있는 와중에 류현진이라는 초대형 투수 합류로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염 감독은 “한화는 젊은 투수들이 10개 구단에서 ‘왕’이다. 성장할 수 있는 투수들의 뎁스가 ‘왕’이다. 류현진의 복귀가 그 선수들의 성장 확률을 높이는,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베테랑이 많은 팀에 왔다면 그 정도가 아니겠지만 지금 한화는 키워야 할 투수들이 많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특A급 투수들이 가장 많은 팀이 한화다. 거기에 류현진에 왔으니 플러스 알파가 엄청난 것이다”고 설명했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현 키움) 염 감독은 좋은 선배들이 중심이 돼 후배들을 이끄는 문화를 구축했다. 강정호와 박병호를 보면서 김하성이 자랐고, 그런 김하성을 뒤따르던 이정후와 김혜성이 폭풍 성장했다. 염 감독은 “육성에는 좋은 감독, 코치도 있어야 하지만 이를 받쳐줄 고참이 있는 게 훨씬 중요하다. 코칭스태프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주입시키지만 고참 선수가 ‘이렇게 해야 한다’고 동의해서 움직이는 어린 선수들에겐 큰 신뢰를 준다. 그러면 젊은 선수들이 그냥 다 따라한다”며 한화도 류현진이라는 큰 모델의 존재가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남지민, 한승주, 김기중 등 영건들의 재능 폭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외국인 선수가 바라보는 느낌도 비슷하다. LG에서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도 “미국에서 류현진을 상대해본 적은 없지만 정말 좋은 투수로 알고 있다. KBO리그에 돌아온다니 흥미진진하다”면서 “한화는 안 그래도 투수진이 좋은 편인데 류현진이 와서 더 좋아졌다. 올 시즌 한화가 무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경계했다.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LG의 정상 수성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화가 당장 우승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만 5강 이상을 바라보는 다크호스가 된 것은 분명하다. 당초 염 감독은 지난 2022년 87승을 넘어 LG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88승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한화의 갑작스런 전력 상승으로 인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염 감독은 “내 머리에서 목표 하나는 지웠다. 최다승이다. 팀 최다승 시즌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경쟁팀들이 많아졌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까지 전체적인 승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84승 정도면 1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LG는 86승(56패2무 승률 .606)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한화가 상위원으로 치고 올라와 ‘3강’ LG, KT, KIA를 위협하면 서로 물고 물리는 선두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