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거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한국으로 돌아온 류현진(37)에게 경기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이범호 감독은 KIA 선수단과 함께 호주 캔버라에서 진행한 1차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무리하고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KIA는 오는 22일 다시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2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할 예정이다.
KIA는 스프링캠프 전부터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죄 혐의로 검찰에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것이다. KIA는 결국 김종국 전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감독을 물색했다. 이종범, 선동열 등 KIA 출신 외부인사들이 거론됐지만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현재 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이범호 타격코치를 신임감독으로 선임했다.
코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떠났다가 감독으로 돌아온 이범호 감독은 “새로운 기분이고 굉장히 막중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팀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이 모여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전력이 강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선수들이 모여 있을 때 감독을 할 수 있는 것도 나에게는 굉장히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감독을 맡은 소감을 이야기했다.
KIA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73승 2무 69패를 기록해 5위 두산(74승 2무 68패)과는 단 1게임차밖에 나지 않았다. 리그 득점 2위(726)에 올랐을 정도로 강력한 타선을 과시했지만 순위 경쟁이 치열하던 시즌 막판 나성범, 최형우, 박찬호, 최원준 등 핵심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올 시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가을야구 복귀를 노리는 이범호 감독에게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옛동료가 한국에 돌아온다.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류현진이 그 주인공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186경기(1055⅓이닝)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한 류현진은 2012년 12월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약 481억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다저스에서 7년간 126경기(740⅓이닝) 54승 33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특히 FA를 앞둔 2019년에는 29경기(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첫 번째 FA에서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8억원)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4년간 60경기(315이닝) 24승 15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2022년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11경기(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현진 본인도 메이저리그에서 좀 더 뛰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느리게 흘러가면서 류현진도 스프링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시점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했고 친정팀 한화 복귀가 급물살을 탔다. 이미 KBO리그 역대 최대 대우로 한국에 돌아오는 것이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시절 류현진과 한화에서 함께 뛰어보기도 했고 KIA로 이적 후에는 타자로 상대를 해보기도 했던 이범호 감독은 “그런 대투수가 다시 한국에 온다는 것은 굉장한 영광이다. 그런 투수가 돌아왔을 때 우리 타자들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다”라고 류현진의 복귀를 반겼다.
류현진이 돌아오면서 한화는 급격하게 가을야구에 도전할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여러 타구단 감독들은 예상하지 못한 복병의 등장에 난처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우리 경기에 많이 등판하는 것만 아니라면 우리가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좋은 선수가 들어오는 만큼 우리 한국야구도 조금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돌아오는 것은 환영한다. 그렇지만 우리 경기는 될 수 있는한 피해서 던졌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