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1선발로 점찍고 데려온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33)가 첫 라이브 피칭에서 염경엽(56) 감독의 확신을 더해줬다.
엔스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첫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타자를 세워두고 실전에 가까운 투구를 하는 라이브 피칭을 통해 엔스는 25개 공을 던졌다. 최고 148km 직구를 비롯해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5가지 구종을 점검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7.1km로 빨랐다.
엔스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만족스럽다. 25개를 던졌고, 첫 라이브였지만 강도와 진행 속도가 경기와 유사해서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엔스의 공을 받은 포수 박동원도 "공의 각과 힘이 좋았고, 다양한 변화구를 가지고 있어 시즌 동안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LG를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염경엽 감독의 2연패 구상에도 엔스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날 엔스의 라이브 피칭을 지켜보면서 염 감독의 기대도 확신으로 바뀐 듯하다. 염 감독은 "페이스가 빨리 올라온 것 같은데 볼끝은 좋았다. 커브, 슬라이더, 커터 각이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염 감독은 "체인지업 구종 가치를 올리는 것이 중요한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던졌다. 체인지업의 구종 가치와 완성도만 올리면 훨씬 더 위력적일 것이다. 15승 이상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직구, 커터 등 빠른 공을 던지는 엔스가 오프 스피드 구종인 체인지업을 장착하면 리그 톱클래스가 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스는 LG가 1선발로 큰 기대를 갖고 영입한 외국인 투수. 지난해 12월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를 더해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를 가득 채워 데려왔다. LG에서 6년째 맞이한 케이시 켈리를 제치고 벌써부터 3월23일 잠실 한화전 개막전 선발투수로 사실상 낙점됐다. 개막전부터 한화 선발 류현진과 빅매치를 벌일 수 있다.
지난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엔스는 이후 3년간 마이너리그, 독립리그를 거쳐 2021년 8월 탬파베이 레이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9경기 모두 구원등판, 22⅓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책점 2.82 탈삼진 25개를 기록했다. 최고 156km 강속구에 커터, 커브를 구사하며 성공적인 빅리그 복귀를 알렸다.
트리플A에서 선발 경험까지 인정받아 KBO리그 팀들로부터 관심을 받았지만 2022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세이부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2022년 23경기(122⅓이닝) 10승7패 평균자책점 2.94 탈삼진 92개로 연착륙했다.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2년차였던 지난해 12경기(54이닝) 1승10패 평균자책점 5.17 탈삼진 30개로 고전했다. 일본에서 2년간 성적은 35경기(176⅓이닝) 11승17패 평균자책점 3.62.
기복 있는 2년을 보냈지만 LG는 엔스의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 2년을 뛰며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고, 지난해에도 직구 평균 구속은 148.3km로 몸 상태나 구위는 문제가 없다. 다만 체인지업 피안타율(.250→.440)이 크게 치솟으면서 우타자 상대로 애를 먹었다. 체인지업 감만 잘 잡으면 일본 10승 투수의 위용도 되찾을 수 있다.
염 감독은 엔스에게 체인지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확실한 연마를 숙제로 줬고, 스프링캠프 합류 후 불펜 피칭 때부터 날카롭게 떨어지는 엔스의 체인지업에 고개를 끄덕였다. 염 감독은 “마인드가 좋다. 일본에서 실패하며 느낀 부분이 있는지 과제를 잘 수행해왔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엔스는 “감독님 칭찬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투수로서 한 단계 성장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감독님과 생각이 일치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성공적이지 못했고, 이제는 체인지업을 다듬고 개발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시즌을 체인지업 연마에 중점을 두고 보냈다”며 “감독님은 나보다 나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