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KBO리그로 전격 복귀한 2020시즌 MVP가 꼽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는 김광현(SSG)도 양현종(KIA)도 아닌 KIA 타이거즈의 31번 투수였다.
멜 로하스 주니어(34)는 지난해 12월 7일 총액 90만 달러(약 12억 원)에 KT 위즈와 계약하며 4년 만에 KBO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KT는 2022년부터 2년 동안 함께한 앤서니 알포드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새 외국인타자 영입에 착수했고,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 중이었던 4년 전 MVP에게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
로하스 주니어는 지난 2017시즌 KT의 대체 외국인타자로 합류해 2020시즌까지 4시즌 통산 타율 3할2푼1리 633안타 132홈런 409타점 350득점으로 활약했다. 커리어하이는 2020시즌으로, 홈런(47개), 타점(135개), 득점(116점), 장타율(.680) 등 4관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의 주인공이 됐다.
1차 스프링캠프지인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로하스는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선수들이 많아 캠프를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날씨가 따뜻하지 않은 날이 많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2차 캠프는 일본 오키나와를 가기 때문에 좋은 날씨 속에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도 최선의 준비를 다했다”라고 순조로운 적응을 알렸다.
KT는 2020시즌 로하스와 함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낸 뒤 로하스가 떠난 이듬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2022시즌 정규시즌 4위, 2023시즌 2위에 올라 4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았다. 강팀 반열에 올라선 KT는 올해도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와 함께 리그 3강으로 꼽히고 있다.
로하스는 “4년 전과 비교해 팀에 굉장히 업그레이드 됐다. 배정대, 소형준 등 같이 있었던 선수들이 내가 없는 사이 계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경험치를 쌓았고, 성숙해졌다. 고영표는 이제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완성형 투수가 됐다”라며 “감독님 또한 수차례의 가을야구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선수들을 어떻게 대해야하고 챙겨줘야 하는지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강팀의 면모를 갖췄다”라고 바라봤다.
다만 로하스에게 영광은 2020시즌이 마지막이었다. KBO리그 성공을 발판 삼아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 2년 계약했지만 일본 투수 적응에 철저히 실패하며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 첫해부터 코로나19로 취업비자 발급이 제한되며 4월에서야 일본 입국이 이뤄졌고, 5월 뒤늦은 데뷔와 함께 21타석 연속 무안타 불명예를 비롯해 60경기 타율 2할1푼7리 8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2022년 또한 89경기 타율 2할2푼4리 9홈런 27타점으로 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로하스는 “일본과 한국이 다른 스타일의 야구를 하기 때문에 좋고 나쁜 걸 말씀드릴 수 없지만 타자로서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면 일본이 한국보다 구속이 빠른 투수들이 더 많다. 제구력이 날카로운 투수들도 더 많이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투수들은 어떤 상황에서 정면승부를 필요로 하면 자신감을 갖고 승부가 들어오는데 일본 투수들은 본인이 엄청 유명하고 잘하는 투수라 하더라도 내가 그 전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면 스트라이크를 절대 던지지 않는다. 아예 볼을 던져서 정면승부를 하지 않는다”라고 차이점을 덧붙였다.
물론 KBO리그에서도 로하스를 타석에서 난처하게 만든 투수가 있었다. 로하스에게 4년 전 기억에 남는 투수가 있냐고 묻자 “정확하게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KIA 타이거즈의 등번호 31번 투수였다”라고 답했다.
로하스가 언급한 31번의 주인공은 KIA 사이드암 투수 박준표다. 외국인타자들이 통상적으로 투구폼이 낯선 잠수함 투수에 약한 면모를 보이는데 로하스 역시 2020시즌 박준표를 만나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다. MVP도 까다롭게 느낀 투수가 바로 박준표였다.
로하스는 “박준표의 투구 매커니즘이 특이하다. 때문에 타석에서 불편한 느낌이 든다. 2020년을 되짚어보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투수가 아니었나 싶다”라며 “그밖에 안우진, 양현종도 까다로웠다. 안우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올해 뛰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KBO리그에서 한 차례 정상을 맛본 로하스의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개인적인 성적은 여기서 이룰 수 있는 걸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승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가 있다면 2020년보다 더 나아진 로하스를 보여드리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2020년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 동안 일본,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경험이 분명 팀에 도움이 될 거로 본다”라고 2020년 영광 재현을 확신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