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 토종 에이스로 올라선 고영표(33·KT 위즈)가 12년 만에 국내로 돌아오는 ‘원조 에이스’ 류현진(37)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FA 다년계약 첫해를 맞아 KBO리그 98승, 메이저리그 78승에 빛나는 류현진을 제치고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메이저리그 잔류와 친정 복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류현진은 최근 한화 이글스 복귀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통산 78승을 거둔 그가 12년 만에 전격 국내 복귀를 택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미계약선수로 남아있었다. 부상 이력과 나이를 이유로 선수의 요구를 충족하는 오퍼가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달부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선발 보강이 필요한 복수 구단과 꾸준히 연결됐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최근 선발 2명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볼티모어가 유력 행선지로 언급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설’에 그쳤다.
그런 가운데 지난 19일 한 매체가 류현진이 캐나다 토론토 자택의 짐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한화 복귀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곧이어 류현진이 한화와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21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 합류가 결정됐다. 한화는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류현진 복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2013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포스팅을 거쳐 해외로 진출한 선수는 국내 복귀 시 반드시 원소속팀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류현진은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
한화는 류현진에게 역대 최고 대우인 17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리그 다년계약 종전 최고액은 2023년 두산으로 컴백한 양의지의 4+2년 152억 원이었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다 2022년 KBO리그로 돌아온 김광현은 4년 151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류현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KBO리그 최고의 토종 에이스로 올라선 고영표는 류현진의 복귀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 지난 20일 1차 스프링캠프지인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고영표는 “대선배가 다시 오시면서 KBO리그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기대가 된다. 선발 맞대결을 하게 되면 마운드에서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경쟁도 해보고 싶다”라고 설렘을 표현했다.
고영표는 화순고-동국대를 나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10순위로 KT에 입단했다. 때문에 2013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향한 류현진과 함께 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 고영표에게 류현진은 TV 속 메이저리그 중계에서나 볼 수 있는 슈퍼스타와 같은 존재였다.
고영표는 “그냥 대단하다는 표현밖에 나오지 않는다. 레벨이 다른 선수다. 직구, 체인지업이 다 좋으시다. 메이저리그에서 빠르게 성장하시는 걸 보고 마인드와 멘탈도 좋다는 걸 느꼈다. 이제 같이 경기하면서 그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고영표는 류현진과의 퀄리티스타트 경쟁에도 큰 기대를 드러냈다. 고영표는 지난해 KBO리그 최초 3년 연속 퀄리티스타트 20회라는 새 역사를 썼지만 류현진의 KBO리그 최초 2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단일시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22회(역대 3위)는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이다.
고영표는 “류현진 선배는 나갈 때마다 6이닝 3실점 이하 투구를 하신 것이다. 내가 비빌 수 없다. 그런 선수와 함께 경쟁하고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시즌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KT와 5년 총액 107억 원 비FA 다년계약에 골인한 고영표는 계약 첫해를 맞아 타이틀홀더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류현진이라는 최고의 투수이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며 목표를 향한 동기부여가 더욱 강해졌다.
고영표는 “올해는 타이틀홀더 욕심이 난다. 투수 골든글러브가 타기 어려운데 잘하는 외국인선수들에 류현진 선배마저 오신다고 하니 경쟁하는 재미가 더 있을 것 같다. 도전해서 수상을 해보고 싶다”라며 원조 에이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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