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7)의 복귀로 5강 후보에서 단숨에 우승 후보로 올라선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와 함께 3강 후보로 꼽히는 KT 위즈 이강철 감독 또한 류현진이 합류하는 한화를 경계 대상으로 꼽았다. KT는 최근 한화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기에 류현진 가세가 더욱 껄끄럽다.
메이저리그 잔류와 친정 복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류현진은 최근 한화 이글스 복귀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구단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화는 돌아온 99번 에이스에 4년 최소 170억 원의 최고 대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통산 98승을 거둔 류현진이 12년 만에 전격 국내 복귀를 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개막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류현진은 현지 FA 시장에서 ‘미계약 신분’이었다. 지난달부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선발 보강이 필요한 복수 구단과 꾸준히 연결됐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최근 선발 2명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볼티모어가 유력 행선지로 언급되기도 했으나 류현진을 향한 오퍼는 없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9일 한 매체가 류현진이 토론토 자택의 짐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그의 한화 복귀에 다시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한화 손혁 단장 또한 “류현진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계약 조건을 제시한 뒤 선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손 단장은 20일 퓨처스리그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일본 고치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류현진 이슈로 인해 하루 더 국내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올해로 37세가 된 류현진의 기량은 여전히 메이저리그급이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나 메이저리그에서 4~5선발은 충분히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풍부한 경험과 관록, 정교한 제구력이 강점이며, 국내로 돌아올 경우 한화에서 다시 한 번 KBO리그를 평정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류현진 복귀 소식은 KT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도 전해졌다. 20일 현장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한화는 좋겠다”라고 웃으며 “외국인투수까지 잘하면 정말 탄탄한 로테이션이다. 문동주까지 4선발이 탄탄하다. 방망이도 안치홍이 합류해 보강이 됐다. 노시환, 채은성까지 있으니 정말 세다. 우리만 약한 것 같다”라고 한화를 향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일단 류현진 없는 2024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나란히 재계약한 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 원투펀치에 뉴 에이스 문동주로 3선발을 꾸렸고, 김민우, 이태양, 김기중, 신인 황준서를 4, 5선발 오디션에 참가시켰다. 호주 멜버른,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쳐 마지막 두 자리의 주인공을 찾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최 감독은 로테이션이 변경될 여지를 남겨 놨다. 손혁 단장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은 ‘99번 에이스’ 류현진의 거취를 예의주시했고, 끊임없는 구애를 펼친 끝 그토록 바라던 압도적 1선발을 얻게 됐다. 한화의 개막전 상대는 LG 트윈스인데 류현진이라는 특급 선발로 지난해 챔피언을 상대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이제 류현진, 페냐, 산체스, 문동주의 뒤를 받칠 5선발 자원만 새롭게 발굴하면 된다. 그만큼 마운드 뎁스도 강해진 셈이다.
이 감독은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는 선발이 안정돼 있다. 페냐, 산체스는 기본적으로 10승씩 거둘 수 있는 투수들이다. 문동주도 좋다”라며 “(류)현진이가 어느 정도 던질 수 있는지 모르지만 한화는 중간 또한 좋다. 전체적인 투수력이 좋은 팀이다”라고 한화를 다크호스로 꼽았다.
베테랑 투수 우규민은 류현진의 복귀를 반겼다. 그는 “(류)현진이가 들어오면 한화가 더 좋아질 것이다. 몸 상태도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 야구 발전에 있어 현진이 하나로 이슈가 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5년 총액 107억 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고영표는 ‘원조 에이스’의 복귀로 전투력이 급상승했다. 고영표는 “KBO리그가 더 재미있어질 거 같다. 같이 경기를 할 수 있고, 직접 볼 수 있게 돼 기대가 된다”라며 “같이 뛰면 더 재미있을 거 같다. 선발 맞대결을 할 때 마운드에서 누가 더 오래 버틸지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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