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빅리거의 KBO리그 복귀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빅리그 통산 78승의 류현진(37)이 한화 이글스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화가 KBO리그 순위 레이스에 초특급 태풍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고 메이저리그 잔류와 국내 복귀를 두고 저울질 했던 류현진은 최근 한화 복귀로 무게추가 많이 기울어가고 있다. 한화 모그룹의 재가만 받으면 되는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 양의지의 4+2년 총액 15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고액 계약을 예약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맺었던 4년 8000만 달러 계약이 끝나고 FA 신분이 됐다. 자유의 몸으로 어느 팀과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해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해 통산 186경기(185선발)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거뒀다. 2019년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이 해 올스타전 선발 투수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리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2020년 토론토 이적 첫 시즌, 코로나19로 단축 시즌으로 열렸지만 12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2.69의 성적을 거뒀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2년 연속 사이영상 포디움에 이름을 올리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선발 투수로 군림했다.
그러나 2022시즌 도중 팔꿈치 통증이 발생했고 결국 우측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을 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에도 건재했다. 지난해 11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 했다. 부상 리스크가 있지만 FA 시장에서 매력적인 선발 투수 후보였다. 대체적으로 4~5선발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류현진은 빅리그 잔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류현진과 비슷한 평가를 받았던 선발 투수들이 1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조건에 계약을 맺는 등 시장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갔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지난해 11월 단장 회의에서 “류현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류현진은 내년(2024년)에도 미국에서 공을 던질 것이다”라면서 당시 한국 복귀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우승 경쟁을 할 수 있고 거취가 안정적인 대도시 빅마켓 구단의 관심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000만 달러라는 조건에도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류현진과 협상에 나섰지만 조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팀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류현진에 관심을 보인 구단 중 하나였지만 내부 자원을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화는 박찬혁 사장과 손혁 단장의 주도 하에 류현진과 협상을 물밑에서 진행했다. 손혁 단장은 지난해 8월2일 류현진의 팔꿈치 수술 복귀전을 치렀을 때, 토론토 로저스센터를 찾기도 했다. 류현진에게 지극정성이었다. 한화는 류현진의 선택을 기다렸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늦게 전개가 되면서 류현진의 행선지 결정 시점도 늦어졌지만 한화의 태도는 초지일관이었다. 류현진을 기다린다였다.
결국 한화의 진정성이 통했고 류현진에게 공식 오퍼를 넣으며 답을 기다리고 있다. 조만간 한화 컴백이 알려질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은 2006년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뒤 KBO리그를 지배한 ‘괴물’이었다. 그리고 2012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결정하면서 한화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당시 다저스가 2573만7737달러33센트의 입찰금을 내고 류현진과 독접 협상권을 따냈다. 한화는 잘 키운 류현진 한 명으로 당시 환율 환산시 280억원을 이적료로 벌어들였다. 한화도 류현진도 서로에게 애틋할 수밖에 없다.
애틋한 관계가 해피엔딩으로 물들 즈음, KBO리그 다른 구단들은 악몽을 마주했다. 한화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꼴찌를 하는 등 리그 최약체로 취급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를 비롯해 김서현, 황준서 등 국내 최정상의 유망주를 수집했다. 꼴찌의 유산으로 미래 전력의 기틀을 다졌다. 타선은 노시환과 채은성, 지난해 FA로 영입한 안치홍까지 더해졌다. 이제 만년 꼴찌 후보로 부를 수 없는 전력으로 탈바꿈 했다. 그리고 류현진으로 화룡점정을 찍으면서 단숨에 정규시즌 레이스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20일 괌 1차 스프링캠프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류현진 영입의 효과로 “한화는 최소 8승을 더 거두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롯데의 핵심 자원이었던 안치홍이 한화로 이적한 것을 두고도 “안치홍으로도 7~8승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최소 15승은 거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롯데에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했는데, 단숨에 다크호스 이상의 전력으로 급변화한 한화의 전력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올해 신인 좌완 황준서도 좋은 공을 던지는 것 같더라. 김서현도 불펜에서 자리를 잡으면 투수진이 더 탄탄해지게 되는 셈”이라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의 예상처럼 한화가 15승을 더한다면 강력한 가을야구의 경쟁자가 된다. 지난해 58승(80패 6무)을 거뒀는데 15승을 더하면 73승, 5할 승률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6위 KIA가 73승(69패2무), 5위 두산이 74승(68패2무)를 거둔 것을 참고하면 한화는 충분히 가을야구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에 지난 19일 호주 시드니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두산 이승엽 감독도 화들짝 놀랐다. 이 감독은 “해외에서 활약한 선수가 한국에 복귀해서 한국프로야구를 위해 뛰어준다면 한국야구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 팀을 봤을 때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머릿속에 없었는데 이제 준비를 해야겠다”라며 상대 팀 에이스로 만날 류현진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안그래도 한화가 세졌는데…”라면서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가 가을야구 경쟁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서 “팬들은 류현진을 기다리겠지만 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라고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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