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미계약자’ 송민섭(33·KT 위즈)의 2024시즌 연봉 계약 소식이 기장 1차 스프링캠프 종료를 앞둔 지금까지도 들리지 않고 있다. 송민섭은 왜 연봉 삭감이 아닌 동결에도 도장을 찍지 않는 걸까.
지난 19일 KT 위즈 1차 스프링캠프지인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구단 관계자는 “송민섭과의 연봉 계약 협상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지난해와 동일한 연봉을 제시한 뒤 계속 선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KT는 지난달 31일 재계약 대상자 65명 가운데 64명과 2024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최연소 홀드왕을 차지한 박영현이 구단 최고 인상률(162.3%)과 최고 인상액(9900만 원)을 기록했고, 필승조 손동현과 미완의 우타 거포 문상철이 데뷔 후 첫 억대 연봉 반열에 올라섰다. 작년 이맘때 연봉 47.3% 삭감의 시련을 겪은 강백호는 동결된 계약서에 사인했다.
65명 가운데 유일한 미계약자는 백업 외야수 송민섭이었다. 구단과 이견 차이를 보이며 연봉 협상이 결렬됐고, 결국 기장 1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1차 캠프가 오는 21일 오전을 끝으로 마무리되는데 송민섭은 여전히 구단과 평행선을 걷고 있다. KT는 국내를 떠나 오는 23일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향한다.
송민섭은 선린인터넷고-단국대를 나와 2014년 육성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마법사군단의 창단멤버다. 뛰어난 실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특유의 근성과 악바리 기질을 앞세워 1년 만에 정식선수가 됐고, 매 순간을 성실하게 임하며 KT 외야의 백업 1순위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트라이아웃을 통해 KT에 입단한 22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선수가 바로 송민섭이다.
그러나 고과 산정과 이에 따른 연봉 협상은 철저히 성적에 기인한다. 송민섭은 지난해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3푼(23타수 3안타) 6득점 3도루로 부진했다. 2022년까지는 백업을 맡으면서도 4년 연속 세 자릿수 경기에 출전했으나 작년 시즌은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KT는 송민섭의 연봉을 삭감하지 않았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성적보다 백업으로서의 가치에 포커스를 두고 지난해와 동일한 6500만 원을 제시했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송민섭은 다른 주전들처럼 화려한 빛을 내진 못한다. 그럼에도 KT 선수단은 그를 대체 불가라 말한다. 이강철 감독은 특유의 성실한 태도와 궂은일을 마다 않는 적극성을 높이 평가하며, 동료들은 더그아웃에서 그 누구보다 파이팅을 외치는 그를 통해 힘을 얻어왔다. 경기장에서 직접 보여주는 허슬플레이는 기본이다. 이에 23타수 3안타라는 초라한 성적에도 연봉이 동결됐지만 선수의 성에 차지 않은 모양이다.
KT는 현재 연봉 협상 실무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프런트가 수원이 아닌 기장에 와있는 상태다. 송민섭이 마음을 결정하고 먼저 연락을 취해야 연봉 계약서에 도장이 찍힐 수 있다. KT 관계자는 “선수의 연락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송민섭은 현재 수원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1차 캠프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왔고, 어느덧 시즌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성실하게 개인 훈련을 진행해도 팀에서의 체계적인 훈련과는 양과 질이 엄연히 다르다. 2024시즌에도 현역으로 뛰길 원한다면 빠르게 마음을 결정하는 게 본인과 팀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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