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류현진(37)이 친정팀 한화 이글스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9일 두산 선수단과 함께 호주 시드니에서 1차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두산은 오는 21일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해 2차 캠프를 소화하며 일본프로야구 팀과의 6경기를 포함해 연습경기 7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감독 2년차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이승엽 감독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부상 없이 첫 훈련을 마친 것이 가장 좋았다. 부족하다면 부족하고 많다면 많은 훈련량이지만 부상자 없이 기분 좋게 왔다는게 작년과 비교하면 가장 다른 점인 것 같다. 작년에는 로하스도 안좋았고 딜런도 타구에 머리를 맞아 캠프 초반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이 모든 선수들이 건재하다는 것에 만족한다”라고 1차 캠프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두산은 지난 시즌 74승 2무 68패를 기록하며 리그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NC에 패해 1경기만에 가을야구가 끝났다. 짧은 가을야구는 이승엽 감독에게도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감독 부임 첫 해 스프링캠프와 2년차 스프링캠프가 다른 점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승엽 감독은 “작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되물으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서 “2023년은 시작하는 단계였고 이제는 우리 선수들의 성격과 성향을 알게 됐다. 스프링캠프를 하면서 조금 더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했고 모든게 조금 더 빨랐던 것 같다. 2023년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제 정말 한 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안좋은 일은 2월 1일을 시작하면서 모두 잊어버렸다. 너무 그 하루에 얽매이다보면 올 시즌을 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안좋은 것은 모두 지우고 새로이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생각만 하며 2024시즌을 위해서 뛰려고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승엽 감독은 올해 안치홍, 김강민 등을 영입하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한화에 류현진이 복귀할 수 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한화와 포스트시즌 진출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두산의 감독 입장으로서는 류현진의 복귀는 마냥 반길 수 없는 소식이다.
2006년 KBO리그에 데뷔한 이래로 한국 최고의 에이스로 군림한 류현진은 2012년 12월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약 481억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다저스에서 7년간 126경기(740⅓이닝) 54승 33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특히 FA를 앞둔 2019년에는 29경기(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9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6억원) 계약을 맺었다. 토론토에서 4년간 60경기(315이닝) 24승 15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다. 2022년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것이 아쉬웠지만 지난해 11경기(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소속팀을 찾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류현진이 친정팀 한화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류현진이 캐나다 토론토에 보관하고 있던 짐을 모두 한국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류현진의 한국 복귀가 점점 현실화 되는 모양새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있어서 이러한 뉴스를 보지 못했던 이승엽 감독은 깜짝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해외에서 활약한 선수가 한국에 복귀해서 한국프로야구를 위해 뛰어준다면 한국야구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 팀을 봤을 때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머릿속에 없었는데 이제 준비를 해야겠다”라며 상대 팀 에이스로 만날 류현진을 경계했다.
이승엽 감독 역시 한국에서 최고의 홈런타자로 활약했고 일본프로야구에서도 강타자로 활약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한국에 돌아오면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와 친구들을 만나는 느낌이다”라며 웃은 이승엽 감독은 “류현진 선수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정말로 돌아온다면 한국프로야구를 위해서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역시 두산 감독으로서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승엽 감독은 “안그래도 한화가 세졌는데… 메이저리그 가지 왜…”라면서 류현진의 복귀를 반기면서도 어쩔 수 없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서 “팬들은 류현진을 기다리겠지만 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라고 웃으며 뼈있는 농담을 남겼다.
한화는 지난 시즌 58승 6무 80패로 리그 9위에 머무르며 겨우 최하위를 면했다. 하지만 신인상을 수상한 에이스 유망주 문동주를 비롯해 MVP 투표 2위를 차지한 노시환,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유망주 김서현과 황준서 등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올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힘겹게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두산 입장에서는 가장 경계해야할 팀 중 하나다. 만약 류현진이 한화에 온다면 한화의 전력은 단숨에 포스트시즌 진출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류현진의 복귀설에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이승엽 감독이 결국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류현진의 거취에 수 많은 야구팬들과 감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