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FA 투수 류현진(36)이 11년의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듯하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 복귀를 눈앞에 둔 류현진과 최근까지 협상 테이블을 차린 메이저리그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내야수 김하성(28)과 투수 고우석(25), 2명의 한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에서 류현진까지 ‘한국 삼총사’가 구축될 수 있었다.
그러나 끝내 이뤄지지 않은 꿈이었다. 지난주부터 KBO리그에서 류현진에 대한 보류권을 갖고 있는 ‘친정팀’ 한화가 빠르게 움직였다. 이달 초부터 류현진에게 정식으로 계약을 제안하는 등 깊은 교감을 나눴고, 메이저리그 오퍼를 받았지만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은 류현진이 복귀 의지를 굳히면서 한국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리 팀 왔으면 좋았을 텐데…" 샌디에이고 후배들은 아쉬워했다
류현진의 소식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스프링 트레이닝을 치르고 있는 샌디에이고 캠프에도 전해졌다. 김하성이 훈련 전 클럽하우스에서 한국 취재진을 보자마자 먼저 류현진 이야기를 꺼냈다. 내심 류현진의 샌디에이고 합류를 기대한 모습이었다.
김하성은 “현진이형이 한국에 가신다니 아쉽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직 1~2년은 더 하실 수 있는데…”라며 “우리 팀에 왔으면 (고)우석이한테 특히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며 아쉬워했다. 같은 투수로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고우석에게 류현진이 든든한 존재가 됐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불발됐다.
고우석도 “선배님이 우리 팀에 올 수 있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어제) 한국에 가신다는 얘기가 나오더라.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2017년 시즌 후 류현진 선배님이 잠실구장에서 김용일 트레이닝코치님과 비시즌에 운동을 한 적 있다. 그때 LG 선수들이 퇴근한 뒤에 운동하시는 것을 유심히 봤는데 웨이트도 그렇고, 보강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셔서 놀랐다. 어깨 수술을 해서 그런지 어깨 보강 운동만 자세를 바꿔 1시간 넘게 계속 하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샌디에이고 단장은 류현진 존경한다고 했는데 왜 잡지 못했나
그러나 류현진과 샌디에이고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한국인 삼총사는 이뤄지 않았다. 1~3선발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 마이클 킹 외에 4~5선발이 불확실한 샌디에이고는 류현진을 필요로 했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도 “우리는 항상 류현진을 존경해왔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만큼 호감을 보였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샌디에이고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잔류 기준으로 삼은 연평균 1000만 달러 계약을 안겨주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지난 몇 년간 무분별한 고액 장기 계약을 주면서 페이롤 유동성이 부족한 샌디에이고는 지역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의 파산 문제로 주요 수입원도 막혔다.
올해 페이롤을 1억9000만 달러 이하로 낮출 계획인데 현재는 2000만 달러 정도밖에 여유 공간이 없다. 선발투수, 외야수를 1~2명씩 추가 보강이 필요한 샌디에이고가 현실적으로 류현진에게만 ‘몰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유력한 행선지였던 샌디에이고마저 류현진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웠고, 한화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엇갈린 류현진-이정후, 투타 맞대결은 영영 볼 수 없나
만약 류현진이 샌디에이고로 갔더라면 같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25)와 맞대결도 여러 차례 이뤄졌을 것이다. 한국 최고 투수와 타자의 대결이 빅리그에서 이뤄질 수 있었지만 이 역시 실현되지 않은 시나리오로 남았다.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 트레이닝 공식 소집 훈련 첫 날을 보낸 이정후는 류현진에 대해 “선배님 결정이시니까 어떤 결정하든 응원한다. 선배님이 심사숙고하신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존중을 하면서 “선배님과는 한국에서도 대결한 적이 없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됐다”고 조금은 아쉬워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3년 이정후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5년차가 된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프로 데뷔했다. 7년간 KBO리그를 지배한 이정후가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류현진과 첫 투타 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국내 복귀의 뜻을 굳히면서 아쉽게 엇갈렸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장기 계약을 맺었고, 계약이 끝났을 때 류현진은 42세가 된다. 이정후가 그때쯤 국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두 선수의 투타 맞대결은 영영 볼 수 없게 된다.
ML 11년 커리어 쌓은 류현진, KBO 역대 최고 대우 예약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첫 해부터 MVP-신인왕을 동시 석권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리그 최초 동시 석권으로 지금까지 유일한 선수로 남은 류현진은 2012년까지 KBO리그에서 7년간 통산 190경기(181선발·1269이닝) 98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탈삼진 1238개로 활약했다. 이 기간 KBO리그 최다 이닝, 승리, 탈삼진에 평균자책점 1위로 압도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류현진은 빠르게 자리잡았다. 2013~2014년 데뷔하자마자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다저스 주축 선발로 활약했다. 2019년에는 29경기(182⅔이닝)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 탈삼진 163개로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 2위,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를 발판 삼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 FA 대박도 터뜨렸다.
토론토에서도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때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3위에 오르며 위력을 떨쳤다. 2021년 후반부터 하락세가 시작돼 지난해에는 6경기 만에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하지만 1년 넘는 재활을 거쳐 지난해 8월 복귀 후 건재를 알렸다.
다시 FA 자격을 얻으면서 메이저리그 커리어 연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해를 넘겨 2월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도 새 팀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12년 만에 친정팀 한화 복귀로 마음을 굳혔다. 2022년 11월 두산 베어스와 4+2년 총액 152억원에 FA 계약한 양의지를 넘어 역대 최고 대우는 예상했다. 4년 기본으로 여러 가지 조건을 더해 200억원 수준의 초대형 계약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