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야구 마무리투수라는 꿈을 이룬 KT 박영현. 그런데 왜 그는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에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을까.
박영현은 2024시즌 KT 위즈의 뒷문을 책임질 클로저로 전격 발탁됐다. 부동의 마무리투수였던 김재윤이 스토브리그서 4년 총액 58억 원에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며 공백이 생겼고, 이강철 감독은 장고 끝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박영현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 감독은 박영현의 캠프 첫 피칭 때 선수에게 직접 마무리 보직을 제안했다.
19일 1차 스프링캠프지인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박영현은 “마무리 제안을 들었을 때 좋았다. 셋업맨, 마무리 모두 같은 중간투수이지만 마무리가 조금 더 다른 느낌이 든다. 물론 (김)재윤이 형이 팀에 없어서 아쉽지만 이제 상대편 선배님이 됐으니 맞대결을 해보고 싶다”라고 입단 3년차에 마무리의 꿈을 이룬 소감을 전했다.
강철 멘탈의 소유자답게 새 보직에 대한 부담은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 박영현은 “부담은 전혀 없다. 물론 시즌 들어가면 또 다르겠지만 지금은 내 몸에 집중을 하고 있다. 여기서 다 보여준다기보다 조금씩 끌어올려서 시즌 때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스프링캠프의 목적이다. 지금은 보직보다 몸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시즌 때 내가 못할 수 있고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시즌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KT 마무리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신인 시절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로 전국구 스타가 된 박영현은 지난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위를 앞세워 68경기(75⅓이닝)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의 호투를 선보였다.
베테랑 노경은(SSG)을 2개 차이로 따돌리고 KBO 최연소 홀드왕을 차지했고, 노경은, 임기영(KIA), 김명신(두산)에 이어 불펜 최다 이닝 4위에 올랐다. 여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라는 귀중한 경험까지 쌓았다.
다만 마무리가 됐다고 크게 시즌 준비가 달라진 건 없다. 박영현의 3년차 시즌 현실적 목표는 지난해의 좋은 감을 그대로 잇는 것이다. 그는 “작년에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 느낌을 다시 찾을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변화구가 완벽하게 돼야 시즌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엄청난 구위로 커리어하이를 찍었기에 기장 1차 스프링캠프 준비 상태는 박영현의 성에 차지 않는다. 박영현은 작년 미국 애리조나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KT 투수들 가운데 가장 공이 좋았다.
박영현은 “작년에 너무 잘 던져서 올해 나한테 거는 기대가 엄청 높다. 그래서 모든 게 마음에 안 든다”라며 “최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천천히 몸을 끌어올리겠다”라고 새로운 각오를 밝혔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국프로야구 마무리계의 리빙레전드 오승환(삼성)을 롤모델로 삼은 박영현은 마무리의 꿈을 이룬 만큼 오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서 오승환을 직접 찾아 인사를 하고 조언을 구할 계획이다.
박영현은 “일본 가면 삼성이 있으니 선배님께 연락을 드리려고 한다. 아직까지 딱히 여쭤볼 건 없는데 시즌 들어가면 또 달라질 것 같다”라며 “오승환 선배님은 항상 내 롤모델이었다. 구속이 떨어졌다고 해도 항상 그 모습이 멋있다. 애초에 안 좋은 공으로도 이길 수 있는 투수가 오승환 선배다. 지금도 솔직히 너무 대단하시고 존경스럽다”라고 42세 끝판왕에 경의를 표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