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를 향한 예우는 확실히 특별하다. 라이브 배팅을 두 번이나 생략한 오타니 쇼헤이(28)이지만 데이브 로버츠(51) LA 다저스 감독은 걱정하지 않고 선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했다.
오타니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4 다저스 스프링 트레이닝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고 사라졌다. 오전 팀 미팅을 마친 뒤 가벼운 스트레칭을 마치고 실내로 들어가더니 더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는 23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시범경기 개막전을 갖는 다저스이지만 오타니는 25일 LA 에인절스전까지 첫 3경기를 뛰지 않기로 했다. 빠르면 26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부터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선을 보인다.
라이브 BP 또 생략, 오타니 보러 온 팬들의 아쉬운 발걸음
이날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휴일을 맞아 많은 팬들이 캐멀백랜치를 찾아 다저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일본 사람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가장 관심이 모인 곳은 필드1. 공식 훈련 전 오전 10시 시작된 워밍업 때부터 오타니에게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제임스 아웃맨,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등 동료 선수들과 장난을 치며 웃은 오타니는 본격적인 팀 훈련이 시작되자 클럽하우스 안에 있는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더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저스 구단이 배포한 훈련 스케줄상 오타니는 오전 11시부터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맥스 먼시, 제이슨 헤이워드, 미겔 로하스 등 주전 타자들과 같은 조로 라이브 BP에 나설 예정이었다. 투수들이 실전처럼 던지는 공을 상대하면서 타격감을 익히는 과정이다. 시범경기가 4일 앞으로 다가와 빠른 공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오타니는 명단에만 있었고, 실제 라이브 BP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 연속 ‘무늬만 BP조’였다.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후 3번의 프리배팅에서 총 76번 스윙해 33번이나 담장 밖으로 넘기는 파워를 과시했지만 이후 야외 타격 훈련을 하지 않았다.
“오타니에게 어떻게 지시를…” 로버츠 감독의 특별 예우
오타니가 연이어 야외 타격 훈련을 생략하자 현지 취재진도 약간의 궁금증을 나타냈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오타니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오타니는 지난해 9월 LA 에인절스 시절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 파열로 투수 시즌이 끝났고, 사실상 토미 존에 가까운 수술로 2024년에는 재활로 공을 던질 수 없게 됐다.
다저스 이적 첫 해인 올해 오타니는 지명타자에 전념한다.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2019년에도 첫 토미 존 수술을 받고 투수로 시즌 아웃돼 통째로 재활했지만 5월부터 빅리그에 합류, 시즌 끝까지 지명타자로 뛰었다. 왼손 타자라 타격시 오른쪽 팔꿈치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지 않지만 그래도 미묘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오타니의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건강하다.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 오타니가 원하면 야외에서 타격 훈련을 할 수 있게 (스케줄) 짠 것이다. 실내에서 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며 오타니의 훈련을 터치하지 않았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몸 상태는 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부상으로 재활을 한 경험이 있다. 구단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가 어떤 조정을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소통이 잘되고 있고,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지시보다 선수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시범경기 개막 3경기는 결장, 서울 개막전은 괜찮을까
실전 전 단계인 라이브 BP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오타니의 시범경기 데뷔도 자연스럽게 미뤄진다. 오는 23~24일 샌디에이고와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 이어 25일 친정팀 에인절스전까지 첫 3경기를 쉰다. 샌디에이고의 한국인 구원투수 고우석이 오타니와 맞붙을 가능성이 주목됐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 스스로 준비가 됐다고 느낄 때 라이브 BP를 하는 것이 맞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며칠 안으로 할 것이다”며 시범경기 데뷔 시기에 대해서도 “이번 주말까지는 출장하지 않는다. 그 이후에 나서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것도 오타니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배려를 하고 있다.
그만큼 오타니를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8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6년을 뛰었고, 모두가 의심한 투타겸업을 풀타임으로 해낸 선수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에게 특정한 경기수나 타석수가 필요할 것 같진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오랫도안 뛰었다. 스스로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느낄 때 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오타니 정도 되는 선수에겐 따로 적응 시간이 필요 없다. 어느 정도의 감각만 끌어올리면 된다. 시범경기 출장은 늦어지지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개막전 출장은 어렵지 않을 듯. 내달 20~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연전으로 오타니는 지난 4일 팬 페스트 때 “개막전 출전을 확신한다”고 자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