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달인’으로 롯데의 수비를 개혁시킬 전문가로 각광을 받았다. 김민호 코치는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고 망설임 없이 롯데행을 선택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김민호 코치는 훈련 시간 내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몸을 움직였고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였다. 열혈 지도자였다. 훈련을 조용히 지켜보는 김태형 감독은 김민호 코치가 직접 동작을 취할 때마다 “자기 잘하는 것을 자랑하려고 한다”라고 웃으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만큼 김민호 코치는 열정적으로 롯데 선수들 수비의 ‘A부터 Z’까지 모두를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롯데는 최근 가을야구에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강팀 아닌 약팀의 포지션이었다. 수비가 탄탄한 팀이 결국 강팀이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통하는 불변의 진리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7년에도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한 바 있다.
최근 6년 동안 야수진이 범한 실책은 559개(투수 실책 제외)였다. 전체 8위에 불과했다. 절대적인 실책 숫자가 적다고 하더라도 효율적인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지난해 103개의 실책으로 리그에서 3번째로 적은 실책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비 효율 지표인 DER(Defensive Efficiency Rating)은 .666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2022년 .649, 2021년 .675로 모두 꼴찌였다. 3년 연속 최악의 효율을 보인 수비였다.
김민호 코치 주도 아래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롯데 야수진의 수비 습관부터 고쳐야 했다. “습관을 바꾸면 운명이 바뀌고 더 강해질 수 있다”라는 마인드로 선수들에게 열성을 다했다. 매일 목소리를 높였다. 괌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목청이 높은 인물은 선수가 아니라 김민호 코치라고 해도 무방했다.
우선 기본으로 다시 돌아갔다. 마치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갔다. 수비 전문가는 아니지만 김태형 감독 역시 선수들의 수비 자세와 습관에 의문을 품었고 김민호 코치는 롯데 수비를 대대적으로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한 달과 올해 스프링캠프 약 3주 동안의 성과는 어떨까. 김민호 코치는 “전체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발전된 모습이 보이고 또 훈련 과정 중에서 신기한 것들도 있으니까 선수들이 재밌어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민호 코치의 높은 눈높이를 아직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그는 “제 기대치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진 것은 맞다”라고 웃었다.
김민호 코치는 “우리 팀만의 전술과 조직력을 가다듬기 위함이다. 그리고 수비를 할 때, 타격을 하기 전에 넥스트 플레이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바둑으로 치면 한수 앞, 두수 앞을 내다보고 수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라고 설명했다.
내야수 한동희는 “선수가 먼저 생각하고 플레이 할 수 있게끔 많은 말씀을 해주신다”라며 “또 기본에 충실하고 좀 더 견고하게 플레이를 하자고 말씀을 많이 하신다”라고 전했다.
외야수 김민석은 “팀 플레이 훈련 시간이 많은데, 수비 전에는 미리 상황들을 생각하고 상대보다 몇 수를 앞서서 봐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백업 플레이도 미리 가 있어야 하는 등 그런 것들을 설명해주신다”라며 “이런 것들을 바로바로 하면 어리버리 할 것 같은데 화이트보드에 다 적어주셔서 이해하기 쉬웠다”라고 했다.
이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땀을 흘려야 하고, 또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나 역시도 많이 버렸다. 내 시간을 버리면서까지 선수들과 땀을 흘리고 습관을 고치기 위해 애를 썼다”라고 말하면서 “몸에 배인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렵다. 하지만 습관을 고치면 우리의 운명이 바뀌고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운명이 분명 바뀔 수 있다. 롯데 수비는 강해질 수 있다. 팬들이 기다려 주시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김민호 코치가 주도하는 롯데 수비진의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