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워밍업으로 끝났다. 훈련 스케줄 표에는 라이브BP 조에 오타니 쇼헤이(28·LA 다저스)가 포함돼 있었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 차려진 다저스 스프링 트레이닝에는 많은 일본인들로 북적였다. 일본 취재진부터 팬들까지 곳곳에서 일본어 소리가 들렸다.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25)를 보기 위해 다저스 캠프를 찾은 일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것이다.
전날(18일) 야마모토가 첫 라이브 BP에서 다저스 동료 타자들을 상대로 강력한 공을 뿌리며 눈길을 사로잡은 가운데 오타니의 실전 타격 훈련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지난 17일 라이브 BP조에 이름이 들어갔지만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오타니는 이날도 워밍업만 간단하게 하고 실내 훈련장으로 들어간 뒤 나오지 않았다.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맥스 먼시, 제이슨 헤이워드, 미겔 로하스 등 주축 타자들과 같은 조였고, 팬들의 시선도 이들이 모인 필드1에 집중됐다. 하지만 휴일을 맞아 오타니를 보러 캠프지에 온 팬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 팬들은 지나가는 취재진에 “오타니는 어디 있나? 왜 안 나오나?”라며 물어봤지만 “모르겠다”는 답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지난 15일 프리 배팅으로 10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장타력을 과시한 오타니가 두 번 연속 투수들의 실전에 가까운 공을 치는 라이브 BP를 거르자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특히 이날은 아침에 워밍업만 하고 실내 공간에서 개인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야외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오타니는 올해 투수로 마운드에 서지 않는다. 지명타자로 타격에 집중하는데 투수들의 공을 직접 보고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라이브 BP가 늦춰지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3월20~2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개막전 출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건강하다. 우리는 그가 야외에서 타격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다. 만약 그가 원하지 않고 실내에서만 연습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며 훈련 여부를 오타니에게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은 시즌을 준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존중해야 한다”며 “오타니는 누구보다 자신의 몸을 잘 안다. 이전에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2019년 LA 에인절스 시절에도 첫 토미 존 수술 이후 재활을 하면서 지명타자로 뛴 바 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서울 개막전 출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다저스는 오는 23일 샌디에이고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에 들어가는데 오타니는 25일 에인절스전까지 첫 3경기는 뛰지 않기로 했다. 빠르면 26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부터 출장해 실전 타격감 끌어올리기에 나선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에게 특정한 경기수나 타석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타니 스스로 경기에 뛸 준비가 됐다고 느낄 때 나가면 된다. 그만큼 오랫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해왔다”며 “지금까지 오타니와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다. 우리 모두 서로를 믿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오타니에게 굳건한 신뢰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