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박동원, 김현수, 박해민 그리고 오스틴까지…이것이 맥스가 아니다.”
지난해 LG 트윈스를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명장’ 염경엽(56) 감독은 ‘왕조’를 꿈꾸고 있다. 2~3년 연속 정상을 수성해야 왕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KBO리그는 갈수록 연속 우승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2015년부터 최근 9년간 매년 우승팀 바뀌었다. 올해 LG는 2011~2014년 삼성 이후 10년 만에 ‘수성’에 도전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LG 스프링캠프를 지휘 중인 염경엽 감독은 “올해는 (새로운 젊은 선수) 육성보다 기존 선수들의 성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기존 선수들이 성장해야 우리가 왕조로 갈 수 있다. 우리는 기존 선수의 70% 이상이 젊은 선수들이다. 앞으로 5년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들로 되어있다”고 말했다.
투수 쪽에서 백승현(29), 최원태(27), 유영찬(27), 손주영(26), 정우영(25), 김윤식(24), 강효종(22), 박명근(20), 야수 쪽에선 신민재(28), 문성주(27), 문보경(24) 등 20대 선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임찬규(32), 홍창기(31)도 아직 30대 초반으로 선수 생명이 무척 길어진 요즘에는 한창 때다.
하지만 염 감독이 말하는 성장은 이 선수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고참 선수인 오지환(34), 박동원(34), 김현수(36), 박해민(34) 그리고 오스틴 딘(31)까지 이것이 맥스가 아니다. 그 안에서 아직도 더 터질 수 있는 포텐이 10%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코치들도 이번 캠프에서 고참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선수들의 포텐이 다 터지게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실력이 검증된 고참 선수들에게 ‘성장’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주목할 만하다. 현재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남은 10%까지 다 끄집어내 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다. 고참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줘야 왕조로 가는 길이 순탄해진다.
LG 선수단의 리더인 김현수는 비시즌 식단 관리를 통해 이번 캠프에 체중을 7kg 빼고 들어왔다. 김현수를 중심으로 주장 오지환, 박동원, 박해민 등 고참들이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 훈련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LG에서 첫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이적생 최원태는 “현수형은 운동량이 엄청나다. 진짜 많이 친다. 내가 본 사람 중 제일 많이 친다. 배팅 소리가 나서 ‘어, 누구지? 하면 현수형이더라”며 “지환이형, 해민이형, 동원이형도 일찍 나와 훈련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같은 야수는 아니지만 유심히 보면서 괜히 잘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기존 선수들의 성장이 한 단계 이뤄진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왕조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투타에서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크지만 기존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지켜주면서 (새로운 선수를) 육성해야 전체적인 전력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 고참 선수들이 버티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성장해야 뎁스가 강해지고, 전력이 상승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금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LG는 지난해 우승 멤버가 상당수 빠져나갔다. 마무리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선발 이정용은 상무에 입대했다. 전천후 내야수 김민성은 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사인&트레이드됐고, 불펜 필승조 함덕주도 팔꿈치 주관절 핀고정술을 받아 전반기에는 등판이 어렵다.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는 상황에서 내부 전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불펜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염 감독은 “작년 초반에도 백승현, 박명근, 유영찬이 새롭게 모습을 보였고, 고우석, 정우영, 이정용이 후반기 자기 자리를 찾아주면서 전원 승리조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윤호솔, 김대현, 성동현, 진우영, 이종준, 김유영, 이상영, 이우찬 중 2~3명만 필승조로 만들면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불펜 필승조 발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