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32)이 메이저리그 계약을 뿌리치고 뉴욕 메츠에 스플릿 계약으로 간 이유가 있었다.
최지만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차려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세인트루시 캠프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플릿 계약을 체결한 최지만은 메이저리그 승격시 1년간 350만 달러(약 47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메츠에 왔다.
미국 ‘뉴욕포스트’도 이날 최지만과 메츠의 계약 소식을 알리며 ‘지명타자와 벤치 역할을 놓고 경쟁할 예정이다. 좌타자인 최지만은 DJ 스튜어트와 경쟁을 앞두고 있다’며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 시스템에서 최지만과 함께했던 카를로스 멘도사 메츠 감독이 최지만의 타격 훈련을 주목했다’고 전했다.
올해 3년 계약을 맺고 새롭게 메츠 지휘봉을 잡은 멘도사 감독은 “최지만이 퀄리티 있는 타격을 보여줄 것이다. 난 그가 어떤 선수이고,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며 남다른 인연 속에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베네수엘라 출신 멘도사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지만 13년간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에서 13년을 내야수로 뛰었고, 2009년부터 양키스 마이너리그 시스템에서 일했다. 2017년 최지만이 양키스 산하 트리플A 스크랜턴/윌크스-배리 레일라이더스에서 뛸 때 멘도사 감독이 수비 인스트럭터로 함께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취득한 최지만은 메츠뿐만 아니라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워싱턴 내셔널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6개 구단으로부터 다양한 오퍼를 받았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3개 팀이 최지만에게 오퍼를 보냈지만 “아직은 일본에서 뛸 때가 아니다”고 판단해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최근 샌디에이고와 1년 보장 100만 달러에 계약한 외야수 주릭슨 프로파와 비슷한 규모의 메이저 계약 오퍼도 있었지만 최지만은 스플릿 계약을 택했다.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조건이 달라지는 스플릿 계약은 보장된 빅리그 계약이 아니지만 최지만은 플레잉타임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서 메츠행을 결정했다.
최지만은 “현재 건강하고,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어 스플릿 계약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멘도사 감독의 존재도 최지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로 보인다. 선수는 자신을 잘 아는 감독 밑에서 뛰는 게 좋다. 여기에 데이비드 스턴스 메츠 야구운영사장도 2018년 1월 밀워키 브루어스 단장 시절 최지만을 영입한 인연이 있다. 2022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1년을 같이 뛴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출신 좌완 투수 브룩스 레일리까지 메츠에는 최지만과 익숙한 얼굴들이 꽤 있다.
하지만 자리가 보장된 메이저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시범경기부터 최지만은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메츠의 1루에는 ‘홈런왕’ 피트 알론소가 있어 최지만은 지명타자 자리를 노려야 한다. 우타 3루 유망주 마크 비엔토스, 좌타자 DJ 스튜어트가 포지션 경쟁자들이다.
비엔토스는 2022년 데뷔해 2년간 81경기 타율 2할5리(254타수 52안타) 10홈런 25타점 OPS .609로 한 방 능력은 있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6시즌 통산 타율 2할2푼(687타수 151안타) 37홈런 99타점 OPS .754를 기록한 스튜어트는 지난해 메츠에서 58경기 11홈런 OPS .839로 생산력을 보였지만 아직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다.
최지만이 부상 없이 건강하다면 충분히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2016년 데뷔 후 6개 팀을 오간 최지만은 통산 525경기 타율 2할3푼4리(1567타수 367안타) 67홈런 238타점 OPS .764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샌디에이고를 오가며 39경기 타율 1할6푼3리(104타수 17안타) 6홈런 13타점 OPS .624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왼쪽 아킬레스건과 왼쪽 갈비뼈 염좌로 두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장기 결장했다. 이로 인해 FA 대박은 좌절됐지만 스플릿 계약으로 간 메츠에서 반등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