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erte!(푸에르떼!)”
롯데 자이언츠는 새로운 코칭스태프와 함께 새로운 흐름 속에서 괌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야수들의 정식 훈련을 앞두고 김민호 수비코치의 주재로 야수 전원이 미팅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김민호 코치의 수비 지론을 선수들에게 매일 일깨우면서 파이팅을 외친다. 모든 선수들이 대답은 크고 우렁차게 해야 한다. 젊은 선수이나 베테랑 선수들이나 모두 똑같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그라운드로 들어가기 전, ‘Fuerte!’라고 마지막으로 외치고 본격적인 훈련에 임한다. 스페인어로 ‘강해지자’라는 뜻이다. 김민호 코치가 레이예스에게 ‘강해지자’가 스페인어로 무엇인지 물었다. 원래라면 문장형의 말이 되어야 했지만 구호처럼 외치기 쉽게, ‘강한’이라는 듯을 가진 스페인어인 ‘Fuerte’를 외치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직후 상대를 기운에서 압도해야 하고 더 강하고 공격적으로 상댈르 밀어붙여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자신의 야구관을 끊임없지 주입시키고 있다. 투수들에게는 볼을 낭비하지 않는 공격적인 승부, 타자들에게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기다리지 않는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한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로 강한 기운으로 그라운드에서 버티며 상대의 예봉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기운을 주문으로 불어넣고 있다.
매일 ‘강해지자’는 말을 외치면서 선수들은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고 있다. 그러면서 김태형 감독의 야구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민호 코치는 “선수들이 강해지려는 마음이 있어야 선수들도 강해진다. 무턱대고 강해지자는 말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선수들에게 주입을 시켜주고 싶다”라면서 “강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해지자’는 스페인어를 처음 알린 레이예스는 “팀원들과 하나로 동화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코치님들, 동료들, 그리고 훈련 보조를 하는 친구들까지 서로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한 팀이 된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훈련장을 조용히 둘러본다. 조용히 둘러본다고 해서 유심히 지켜보지 않는 것도 아니다. 김태형 감독은 매의 눈으로 포인트들을 캐치해서 코치진에게 전달한다. 때로는 직접 대화를 하기도 한다. 선수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장면은 손에 꼽지만 그만큼 김 감독은 훈련장 전역에 자신의 카리스마를 전파하고 있다.
주장 전준우는 “감독님께서 기세에 눌리지 말자는 말씀을 계속 하신다. 기세에 눌리면 지는 것이니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라고 계속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생각 자체가 바뀐 것 같다”라며 “이제는 마냥 처지는 팀이 아니라 처음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팀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고 미팅도 했다. 지금부터 우리가 강하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순위도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바뀌어가는 단계다. 감독님이 바뀌어서 야구를 잘한다는 게 아니라 선수가 잘해야 한다. 좋은 감독님과 오래 하려면 무조건 우리가 이겨내고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올해 무조건 좋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형성됐다. 젊은 선수들을 먼저 등용하지도 않고 고참들을 특별 대우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원점에 서 있다. 다만 고참들이 중심이 되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장면은 최근의 롯데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선수가 아닌 구단 중심의 야구가 이뤄지며 알게 모르게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는 했다.
정훈은 “서로 조금씩 더 뛰어 다니려고 하고 서로 어떻게 훈련을 하는지 눈치도 보는 긴장감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내가 더 빨리 뛰고 한 발 더 뛰려고 한다”라면서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당연히 빨리빨리 해야하고 눈치 있게 다닌다. 지금이 운동하기에 이상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분위기를 고참들이 주도한다.
김민석도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 김민석은 “뭔가 긴장감이 항상 흐르는 팀으로 바뀐 것 같다”라면서 “김민호 코치님께서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화이팅을 외쳐주신다. 그리고 선배님과 형들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해서 어린 선수들은 따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윤동희도 “새로 오신 선배님들이 많이 있는데 정말 훈련도 열심히 하시니까 저희 어린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 같다. 선배님들이 뛰시는 것보다 한 발 더 뛰려고 하고 그래야만 팀이 잘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우리 팀에 이런 분위기는 꼭 필요한 것 같고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을 밟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전준우는 “자율적인데 경쟁 의식도 많이 생긴 것 같다. 시너지 효과가 나니까 더 잘하려고 한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다들 열심히 잘해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전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다. 고참은 고참대로 후배는 후배대로 불편한 긴장감이 형성됐던 과거와는 달리, 고참들이 먼저 분위기를 이끌고 후배들이 따라가는, 그리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원팀으로 뭉쳐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의 야간 훈련 빈도가 늘었다. 달라진 분위기를 증명하는 장면이다. 롯데는 정말 강해지고 단단해지고 있다. 과정이 결과로 치환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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