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왜 이렇게 많아요?”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 클럽하우스에서 훈련 전 인터뷰를 가진 김하성은 자신을 둘러싼 한국 취재진의 규모를 보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 모습을 미국 언론도 조명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이날 아시아 언론들의 샌디에이고에 대한 관심을 조명했다. 샌디에이고에는 한국인 선수 김하성과 고우석, 일본인 선수 다르빗슈 유와 마쓰이 유키 등 아시아 출신 선수가 4명이나 된다. 2021년부터 김하성과 다르빗슈가 같이 뛰고 있고, 올해 고우석과 마쓰이가 새로 합류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지난해 봄 파드리스 스프링 트레이닝에는 클럽하우스의 유명 인사와 우승 후보에 대한 기대감으로 예년보다 훨씬 많은 미디어가 몰렸다. 올해는 파드리스를 둘러싼 기대감이 적지만 한국과 일본 출신 유명 선수가 2명씩 있다’며 한일 취재진 관심을 조명했다.
이어 ‘샌디에이고는 (3월20~21일) 한국 서울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의 2연전으로 시즌을 시작하는데 이는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빅리그 경기다. 한일 선수들의 아시아 순방이 예정돼 있어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는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이다. 올 봄 들어 지금까지 매일 최소 6명 이상 한국과 일본 미디어 관계자들이 캠프를 방문했다. 17일 선수단 전체 첫 훈련에는 32명의 한일 기자들이 몰려 훈련을 지켜봤다’고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기자단의 3배에 달하는 규모로 샌디에이고 클럽하우스는 어느 때보다 북적이고 있다. 다르빗슈가 2021년 샌디에이고에 온 뒤 소수의 일본 기자들이 정기적으로 파드리스를 따라다녔지만 한국 취재진이 이렇게 몰린 것은 거의 처음이다.
김하성도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 언론을 이렇게 많이 본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하지만 나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다. 올해 파드리스에 온 고우석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온 이정후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고우석과 이정후 합류로 한국 취재진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본 것이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시기는 2021년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때였다. 여기에 국내에서 메이저리그 인기가 다소 떨어지던 추세라 김하성에 대한 관심도는 미지근했다. 하지만 2022년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으며 서서히 엵가 고조되더니 지난해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NL 유틸리티)까지 받으면서 위상이 크게 치솟았다.
기막힌 수비 하이라이트로 관심도를 끌어올렸고, 예비 FA로서 가치도 높아지자 김하성을 향한 한국 취재진의 현장 방문과 규모도 늘었다. 다르빗슈 등 일본 스타들을 계속 따라다니는 자국 미디어 관심을 내심 부러워한 김하성에겐 조금 더 크게 어깨를 펼 수 있는 일이다.
지난해 이맘때 샌디에이고 루키팀 코치로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을 함께한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도 1년 만에 김하성을 향해 부쩍 높아진 관심도를 실감하고 있다. 올해 스프링 트레이닝 참관차 다시 피오리아를 찾은 이 전 감독은 “작년에는 한국 기자분이 몇 명 없었다. 하성이가 (자국 취재진이 많은) 일본 선수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이렇게 많이들 오셨다. 그만큼 하성이가 잘한 것 아니겠나”라며 “아시아 내야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안 된다고 했는데 하성이가 톱클래스로 올라가면서 위상이 바뀌었다. 샌디에이고 감독님도 하성이 얘기만 나오면 얼굴이 환해진다”고 전했다.
이날 김하성은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으로부터 훈련 전 면담 자리에서 유격수 복귀라는 희소식을 들었다. 11년 2억8000만 달러 거액을 들여 FA 영입한 거물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1년 만에 2루로 보내며 김하성과 자리를 다시 한 번 바꿨다. 2루수로도 예비 FA 가치가 높게 평가된 김하성이지만 ‘프리미엄 포지션’ 유격수에선 훨씬 더 가치와 위상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