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많이 배려했는데…스스로 기회를 발로 찼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염경엽 LG 감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2년차 포수 유망주 김범석(20)에게 일침을 놓았다.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LG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염경엽 감독은 “코칭스태프에서 그렇게 많이 배려하며 키워주려고 했는데 선수 본인이 몸을 못 만들었다. 엄청난 실수”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LG의 포수이자 거포 유망주인 2년차 김범석은 올해 첫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LG 구단 전체가 키워보기로 작심한 핵심 유망주로 포수뿐만 아니라 1루 수비도 같이 연습하며 기대감을 높이던 찰나에 부상이 왔다. 최근 훈련 도중 내복사근 통증을 느꼈고, 지난 16일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부상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식 프로필상으로 178cm, 110kg으로 거구인 김범석은 비시즌 때 다이어트 특명을 받았지만 기대만큼 체중 감량이 되지 않았다. 이호준 LG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전담으로 붙어 김범석을 지도했지만 비대해진 몸이 버티지 못하고, 캠프 중도 하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염 감독은 “누가 옆에서 살 빼라고 해도 소용 없다. 본인이 직접 느끼고 빼야 하는 것이다”며 이번 부상이 과체중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고집었다. “훈련량을 엄청나게 소화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몸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경남고 시절부터 체중 문제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예상보다 순번(1라운드 전체 7순위)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그래도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전 MVP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 첫 타석에 안타를 치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2년차 시즌에는 1군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작부터 어긋났다. 염 감독은 “중요한 건 본인이 엄청난 찬스를 놓쳤다는 것이다. 구단, 감독, 코치 모두가 키워주겠다고 나섰는데 본인이 기회를 발로 찼다. 안타깝다. 이제 기회는 다른 선수들에게 가게 될 것이다”며 “6월까지 1군에 올라오길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초 염 감독은 김범석을 백업 포수이자 1루수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부상 낙마로 백업 포수는 베테랑 허도환의 자리가 더욱 공고해졌고, 1루 자리에는 신예 김성진과 이천 퓨처스 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빅보이’ 이재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6월 상무 입대가 유력한 이재원은 올해 LG 전력의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시즌 중 상무로 가야 할 이재원보다 김범석에게 풀시즌으로 기회 보장하기로 했지만 계획이 바뀌었다. 염 감독은 “재원이가 올라오면 6월까지 범석이가 1군에 올라올 확률이 확 떨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9년 2차 7라운드 전체 65순위로 LG 지명을 받고 입단한 우타 1루수 김성진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염 감독은 “백업 1루수로 기회를 주려고 한다. 3루 수비 훈련도 시키고 있는데 송구하는 것을 보면 괜찮다. 3루까지 하게 되면 선수로서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며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 김민수와 함께 김성진의 타격 훈련량이 가장 많은 선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다시 김범석으로 돌아갔다. “김성진이 자리를 잡으면 내년에도 기회가 없고, 군대를 가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면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도 못 간다. 엄청난 손실이라는 걸 아직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20살밖에 되지 않았고, LG가 어떻게든 키워야 할 미래 핵심 유망주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순 없다. 염 감독은 “이번 기회에 본인 스스로 느끼는 게 많아야 않다. 몸을 제대로 만들어오지 않은 것이 본인에게 엄청난 손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면서 선수 스스로 제대로 깨닫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미래는 선수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