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어제(17일) 일본에서는 한국 야구 관련 뉴스가 시선을 끌었다. 야후 재팬의 (야구 부문) 많이 본 기사 랭킹 1위의 주인공은 김하성이었다. 잰더 보가츠를 2루로 보내고 파드리스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되찾았다는 소식이다.
일본 팬들에게는 부러운 얘기다. 한다 하는 그들의 내야수 여럿이 도전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다. 그만큼 아시아 출신들에게는 한계로 여겨진 영역이다. 그런데 김하성이 첫 골드글러브 수상(유틸리티 부문)으로 이를 극복했다. 게다가 11년 계약의 보가츠마저 밀어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어진 관심사는 부끄러운 소식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연습 경기 관련이 2위와 3위에 올랐다. 상대했던 니혼햄 화이터즈 감독의 코멘트가 들어간 제목의 기사들이다. ‘한국 삼성으로부터 사구(死球) 7개, 신조 감독 “무서워, 무서워”’ (일본 매체 풀카운트), ‘신조 감독 삼성 투수진 사구 7개에 “골절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데일리).
이날 낮에 있었던 일이다. 일본 오키나와 나고시의 타픽 스타디움에서 게임이 있었다. 전지훈련 중인 삼성과 일본 니혼햄 파이터즈의 연습 경기였다. 니혼햄은 오타니 쇼헤이와 다르빗슈 유가 뛰었던 팀이다.
스코어는 18-3이다. 삼성의 일방적인 패배다. 그럴 수 있다. 점검 차원에서 이뤄진 게임이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내용이 문제다. 18점을 잃는 과정이다. 삼성 투수진은 15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볼넷이 8개, 몸에 맞는 공이 7개였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1회 황동재가 영점을 못 잡고 흔들렸다. 볼넷 2개와 사구 2개로 2점을 뺏겼다. 안타는 1개밖에 맞지 않았다. 이어 최채흥, 박권후, 이재익 등 6명의 투수가 투입됐다. 이재익(1이닝 무실점)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어지러운 피칭이 계속됐다.
물론 사구의 고의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랬다면 현장에서 사달이 났거나, 경기가 중단됐을 것이다. 문제는 열심히 던졌는데,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 이런 비난이 쏟아진다.
데일리의 보도에 1700개, 풀카운트에는 750개가 넘는 리플이 달렸다. ‘프로 수준이 맞는지 의심된다’ ‘(두 팀간) 레벨의 차이가 너무 크다’ ‘니혼햄이 2군과 자체 청백전을 하는 게 낫다’ 같은 내용들이다.
연습 경기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이 정도라면 점검이나 실전 감각을 익히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팀과 계속 파트너십을 가져야 하는 지 모르겠다’ ‘혹시 남은 일정이 있다면 당장 중지해야 한다. 선수 보호가 우선이다’ 등의 의견들이다.
더 참담한 반응이 있다. 한 매체의 기사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신조 감독은 “무섭다, 정말 무섭다. 맞힌 다음에 또 몸쪽을 노리더라. (삼성의) 투수 코치가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할까?”라며 상대 걱정까지 했다.’ 불편한 감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제 겨우 캠프 3주 차다. 개막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그렇다고 변명은 될 수 없다. 이날까지 연습 경기서 4연패 중이다. 상대는 모두 일본 팀이다. 11일 주니치에 4-10, 12일 니홈햄에 1-13, 14일 지바 롯데에 0-8로 졌다. 한결같이 일방적인 스코어다.
마운드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4경기에서 허용한 사사구가 42개나 된다. 게임당 평균 10개가 넘는다. 아무리 핵심 전력이 아니라고 해도, 아무리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
불과 8~9년 전만해도 ‘왕조’로 군림하던 팀이다. 사상 최강의 불펜을 자랑했다. 7회 이후는 난공불락이었다. 그런 팀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스스로 최고의 명문 구단임을 자부하지 않는가. 스파링 파트너조차 안 된다는 소리까지 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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