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과 유력 행선지로 꼽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고객답게 헐값에는 가지 않을 듯하다. 새 팀을 찾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한화 이글스 복귀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의 새로운 시즌 로스터를 예측했다. 내달 20~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의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가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샌디에이고는 선발투수, 외야수 등 로스터에 메워야 할 곳이 많다.
디애슬레틱은 샌디에이고 예상 선발투수 5명으로 조 머스그로브, 다르빗슈 유, 마이클 킹, 랜디 바스케스, 페드로 아빌라를 꼽았다. 이어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발 자원으로 조니 브리토, 맷 월드론, 하이로 아이리아테, 글렌 오토, 제이 그룸을 언급했다.
냉정하게 보면 머스그로브-다르빗슈 원투펀치를 빼고 계산이 서는 선발이 없다. 후안 소토를 뉴욕 양키스에 내주고 받아온 킹도 지난해 후반기 선발로 보직 전환 후 안정감을 보였지만 풀타임으로는 선발 경험이 없다. 킹과 함께 양키스에서 넘어온 바스케스, 브리토도 지난해 데뷔 시즌을 가진 2년차 투수들로 역시 풀타임 로테이션을 돌아보진 않았다.
어떻게든 선발투수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샌디에이고는 류현진과 꾸준히 연결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좌완 선발이 부족한 샌디에이고는 베테랑 류현진과 대화를 했지만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후에도 보라스의 고객은 할인된 가격을 받지 않을 것 같다’며 헐값으로 계약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 조건으로 연평균 1000만 달러를 잡았다.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상징적인 금액이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돼야 선발 로테이션에서 확실한 입지 아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류현진 외에도 투수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3루수 맷 채프먼, 중견수 코디 벨린저, 지명타자 J.D. 마르티네스 등 보라스의 핵심 고객들이 아지도 미계약 신분으로 FA 시장에 남아있다. 선발투수 카일 브래디시, 존 민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처럼 갑자기 구멍이 난 팀들이 추가로 나온다면 류현진을 비롯한 미계약 FA 선발들에 대한 수요가 늘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만 달러 이상 오퍼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류현진은 국내 복귀, 즉 친정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우리 입장에서야 류현진이 온다면 시기가 언제든 좋다”며 다시 품을 준비를 하고 있다. 2월 호주 멜버른에서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뒤에도 류현진 측과 더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한화행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한화는 류현진의 결심만 서면 KBO리그 역대 최고 대우로 예우를 갖출 계획이다. 지난 2022년 12월 두산 베어스와 4+2년 최대 152억원에 FA 계약한 포수 양의지를 능가하는 조건은 당연하다. 한화 샐러리캡은 28억9538만원의 여유 공간이 있고, 1회분 초과를 감수한다면 4년 200억원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유력 행선지였던 샌디에이고와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난 몇 년간 무분별한 고액 장기 계약을 남발하며 페이롤에 유동성이 없는 샌디에이고는 지역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의 파산 문제까지 겹쳐 긴축 모드로 돌아섰다. 올해 페이롤을 1억8000만 달러에서 1억9000만 달러 이하로 낮출 계획인데 현재 팀 구성상 쓸 수 있는 돈이 2000만 달러가량이다. 최소 2명의 선발과 2명의 외야수를 즉시 전력으로 구해야 할 상황에서 류현진에게 절반 금액을 쓰기에는 부담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가 불리한 FA 시장이지만 류현진에겐 한화라는 믿을 구석이 있어 샌디에이고가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가격을 깎고 들어올 일은 없다. 샌디에이고가 진심으로 류현진을 원한다면 몸값이 떨어지길 기다릴 게 아니라 조건을 충족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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