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1차 스프링캠프에서 처음으로 자체 청백전을 실시했다. 7이닝 경기로 진행이 됐고 라인업은 12번 타자까지 구성됐다. 사실 이날 청백전 자체는 투타가 모두 모여 실전 경기를 처음 치르는데에만 의미를 둬야 했다. 그라운드의 영향으로 불규칙 바운드가 컸고 구장 사이즈도 작았다. 투수들은 맞바람과 싸워야 했다. 구속도 잘 나오지 않았다. 타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었다.
실제로 이날 청백전에서는 홈런포가 연거푸 터졌다. 타자들은 좋은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기분을 띄웠다. 투수들은 모든 악조건을 감안하고 싸우면서도 자신들이 준비한 것들을 시험했다. 투수파트 코칭스태프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집중했다.
경기가 무르익어가고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었다. 여기서 모두를 주목시킨 선수가 한 명 있었다. 신인 전미르(19)였다. 올해 캠프에서 유일하게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신인인 전미르는 이날 7회초 백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에서 마운드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1군 레귤러 멤버들 앞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1군 선수들도 말로만 듣던 특급 신인의 등판이 궁금했다. 그리고 투수에만 집중한 전미르도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집중했다.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가 투타겸업 훈련을 할 때부터 투수 전미르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한 쪽에만, 특히 투수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을 은연 중에 피력하곤 했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의 투구에 대해 “저렇게 던질 줄 알았다. 잘 던질 줄 알았다”라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미르가 1군 첫 실전 무대에서 잘 던질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어 “자신있게, 자기의 공에 확실을 갖고 맞더라도 들어갔다”라면서 전미르의 배포있는 투구를 칭찬했다.
이날 전미르의 공을 받았던 포수 손성빈은 전미르의 이날 투구에 대해 가슴을 가리키며 “얘가 진짜 가슴이 세다. 기가 있는 친구다. 그래서 정말 잘할 것 같다”라면서 “밤에도 혼자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한다. 웨이트장에가서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한다”고 말하며 전미르의 투구와 훈련태도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베일을 벗을수록, 또 공을 던질 수록 ‘투수 전미르’를 향한 평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명 받았을 당시, 전미르는 투타겸업 선수였다. 경북고 재학 시절 투수와 타자 모두 재능을 보여줬다. 경북고에서 투수로 최고 151km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18경기 67⅔이닝 5승1패 평균자책점 1.32, 54탈삼진 15볼넷 8사구의 수준급 기록을 남겼다. 타자로도 27경기 타율 3할4푼6리(81타수 28안타) 3홈런 32타점 22볼넷 13삼진 OPS 1.032의 기록을 남겼다. 계약금 3억원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능과 잠재력을 하나의 분야로 응축시키고 집중시키자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성공 여부를 섣부르게 단정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전미르의 이날 청백전 투구는 1군 선수단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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