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천재 타자 이정후(25)가 일찌감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개막전 1번타자로 공표된 가운데 일본인 거포 쓰쓰고 요시토모(32)는 같은 팀에서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는 이정후와 함께 또 다른 아시아 선수로 쓰쓰고가 있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한 쓰쓰고는 초청선수 신분으로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했다. 벌써 팀의 중심 대우를 받고 있는 이정후와는 신분 차이가 난다.
185cm 102kg 거구의 우투좌타 1루수 쓰쓰고는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였다. 지난 2010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에서 데뷔한 뒤 2019년까지 10시즌 통산 968경기 타율 2할8푼5리(3426타수 977안타) 205홈런 613타점 OPS .910을 기록했다. 2016년 44홈런으로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차지하는 등 2014년부터 6년 연속 20홈런 이상 꾸준히 쳤다.
2015년 WBSC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에도 뽑힌 쓰쓰고는 이 같은 활약을 발판 삼아 2020년 메이저리그로 건너갔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12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코로나19로 뒤늦게 열린 그해 7월25일 개막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에게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러나 이후 부진 끝에 1할대(.197) 타율로 시즌을 마쳤다. 홈런 8개를 쳤지만 OPS .708로 생산력이 아쉬웠다.
2021년에도 탬파비에이선 26경기 타율 1할6푼7리로 부진했고, 5월 중순 양도 지명(DFA)으로 방출 대기 상태에 놓였다. LA 다저스의 클레임을 받아 팀을 옮겼고,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타격 메카니즘을 조정했지만 종아리 부상 때문에 12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다저스에서도 1할대(.120) 타율에 그치며 7월초 또 DFA 처리됐다. 원하는 팀이 없어 마이너리거로 신분이 바뀌었다.
8월 중순 다저스에서 완전 방출된 쓰쓰고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마이너 계약 후 반등했다. 8월 중순 빅리그 콜업 후 43경기 타율 2할6푼8리(127타수 34안타) 8홈런 25타점 OPS .883으로 깜짝 활약한 것이다. 시즌 후 피츠버그와 1년 400만 달러에 메이저 계약을 했다. 다년 계약을 제시한 팀들을 제쳐두고 기회를 준 피츠버그와 재계약했지만 허리 부상 여파 속에 2022년 50경기 타율 1할7푼1리(170타수 29안타) 2홈런 19타점 OPS .478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결국 8월초 피츠버그에서도 DFA 통보를 받았다. 미국에 와서 3번째 방출. 일본 복귀설이 나왔지만 토론토와 마이너 계약 후 이곳에서 시즌을 마쳤다. 시즌 뒤 일본에서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쓰쓰고는 미국에 그대로 남았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이너 계약했다. 당시 쓰쓰고는 “일본에서 뛰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활약하는 것을 목표로 꿈을 키웠다.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것이 내겐 최선의 선택이다”고 도전을 이어갔다.
6월 중순 옵트 아웃을 통해 텍사스에서도 나왔다. 미국에 와서 시즌 중 4번째로 팀을 떠났고, 이번에는 일본에 복귀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8월에 미국 독립리그 애틀랜틱리그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 호스크에서 뛰며 맹타를 휘둘렀다. 3주 만에 샌프란스시코와 마이너 계약했지만 엄지손가락 부상이 겹쳐 1년 내내 빅리그 콜업 없이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다시 FA가 된 쓰쓰고에게 일본 복귀는 선택지에 없었다. 일찌감치 미국 잔류를 결정했고, 12월에 샌프란시스코와 또 마이너 계약했다. 친정팀 요코하마 DeNA를 비롯해 일본 팀들이 원했지만 쓰쓰고의 도전 정신을 꺾을 순 없었다. 거포가 필요한 샌프란시스코가 예비 자원으로 쓰쓰고와 마이너 계약헀지만 1루, 지명타자로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 윌머 플로레스가 있어 경쟁이 만만치 않다.
어느덧 미국 커리어 5년째. 4년간 4번의 방출 아픔 속에 마이너리그 생활을 길어지고 있지만 보장된 일본 생활을 마달하며 꿈을 좇아 도전을 이어간다. 쓰쓰고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