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투수 류현진(36)의 새로운 행선지로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급부상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행이 유력한 분위기였지만 선발투수 2명이 부상으로 빠진 볼티모어가 FA 시장을 주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류현진이 볼티모어에 잘 어울리는 조각으로 거론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 우완 투수 카일 브래디시(27)가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투구 프로그램 중 팔꿈치 통증을 느낀 브래디시는 자가혈청주사(PRP)를 맞고 재활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술이 아닌 재활로 복귀를 노리지만 토미 존 수술의 전조 증상이라 통증이 재발하면 시즌 아웃도 각오해야 한다.
마이크 엘리아스 볼티모어 단장은 “언제쯤 브래디시를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타임 라인을 제시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올해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하고 있지만 복귀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금방 돌아오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2022년 메이저리그 데뷔한 브래디시는 지난해 볼티모어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30경기에서 168⅔이닝을 던지며 12승7패 평균자책점 2.83 탈삼진 168개 WHIP 1.04로 활약, 볼티모어의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우승을 견인했다. AL 사이영상 투표도 4위에 올랐다.
볼티모어 선발진의 부상자는 브래디시뿐만이 아니다. 좌완 투수 존 민스(30)도 개막 로테이션 합류가 어려워졌다. 2022년 4월 2경기 만에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돼 1년 넘게 재활한 민스는 지난해 9월 복귀 후 4경기(23⅔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2.66 탈삼진 10개 WHIP 0.72로 건재를 알렸다.
그러나 팔꿈치 염증으로 디비전시리즈 로스터에서 제외됐고, 오프시즌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도 회복이 더딘 상태. 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감독은 “민스는 다른 선발투수들보다 한 달 늦게 캠프에 합류한다. 준비 과정이 늦어진 만큼 개막 로테이션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볼티모어는 이달 초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2021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 코빈 번스를 영입하며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브래디시와 민스가 부상으로 시즌 초반 이탈이 유력해지면서 선발진이 헐거워졌다.
1선발 번스 다음에 그레이슨 로드리게스, 딘 크레머, 타일러 웰스, 콜 어빈으로 5인 선발 로테이션 구색은 갖췄지만 전체적인 무게감이 떨어졌다. ‘스윙맨’ 웰스, 어빈은 올해 불펜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부상 변수가 맞물리면서 선발로 준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불펜 약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하이드 감독은 “우리는 항상 부상 같은 변수를 잘 극복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선발 후보로 캠프에 있는 선수들에게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내부 자원으로 대체를 자신했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권을 노리는 팀이기 때문에 시즌 초반 싸움이 중요하고, 선발진을 막연한 희망으로만 채워넣을 수 없다. 엘리아스 단장도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선발진에 만족한다. 브래디시가 시즌 내로 돌아오길 희망한다”면서도 전력 보강 가능성을 닫진 않았다.
이미 물밑에서 움직임이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뉴욕포스트’는 ‘볼티모어는 브래디시가 UCL 부상으로 시즌 개막 합류가 보류됐고, 민스도 예정보다 한 달 늦게 돌아올 예정이라 선발투수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며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구단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뒤 에이스 번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볼티모어가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 영입에 돈을 쓸 가능성은 없다’며 거물급 FA 선발에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마이클 로렌젠과 류현진이 볼티모어에 잘 어울릴 것이다. 마이크 클레빈저, 리치 힐, 에릭 라우어도 메이저리그 계약을 할 선발투수들 중 한 명이다’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선발투수를 노리고 있다. 류현진은 여전히 샌디에이고의 영입 후보로 남아있다’고 남은 FA 선발투수 시장 상황을 요약했다.
4~5선발 자리가 비어있는 샌디에이고는 류현진의 유력 행선지로 꼽힌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도 지난 14일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에 대한 질문을 받곤 “특정 투수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싶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수다.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와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항상 그를 존경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심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호감 표시는 했다. 그러나 긴축 재정으로 올해 페이롤을 1억9000만 달러 이하로 맞춰야 하는 샌디에이고는 현재 여유 공간이 2000만 달러 정도 남아있다. 연평균 1000만 달러 대우를 바라는 류현진의 기준치를 충족시키기엔 다소 빡빡하다. 류현진을 1000만 달러에 잡으면 남은 1000만 달러로 또 한 명의 선발투수에 외야수도 2명 정도 추가 영입해야 한다. 류현진을 비롯해 준척급 FA 선발들에게 관심은 있지만 아직도 계약에 이르지 못한 이유로 보인다.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볼티모어 선발진에 2명의 이탈자가 발생했다. 미계약 FA 선발투수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2월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시점까지 새 팀을 찾지 못한 류현진이지만 오래 기다린 게 아깝지 않을 오퍼를 기대할 만하다. 류현진이 원하는 조건 중 하나인 우승권 팀이라는 점에서도 볼티모어는 매력적인 행선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