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슈퍼백업들을 키워낼까?
KIA 타이거즈 11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범호 감독에게 지상 과제가 떨어졌다. 야수진 가운데 주전들의 뒤를 받치는 백업뎁스를 두텁게 만드는 일이다. 이 감독은 당장 취임일성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우승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 우승을 하기위해서는 절대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KIA 주전들의 힘은 10개 구단 가운데 상위클래스이다. 박찬호(유격수) 최원준(외야수) 김도영(3루수)이 테이블세터진과 9번타자를 맡아 출루와 활발한 주루플레이로 찬스를 만든다. 중심타선의 나성범(우익수) 최형우(지명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외야수)가 해결사로 불러들있다. 김선빈(2루수)과 이우성(1루수) 김태군(포수)이 뒤를 받치며 상위 타선에 연결하는 그림이다.
잘뛰고 정교하고 강력한 파워에 작전 수행능력까지 근래들어 가장 짜임새 있는 타선을 갖추었다. 베테랑 김태군도 맞히는 능력이 있어 그냥 지나가는 타자가 아니라는 점도 무서운 요소이다. 그래서 "만만한 타자가 없다. 올해 KIA를 상대하는 상대배터리는 머리가 아플 것이다"라는 이순철 해설위원의 진단도 있었다.
다만 숙제는 주전들이 갑자기 부상으로 빠지거나 휴식일 필요할 때 대체 전력이 틈을 메울 수 있는가이다. 실제로 작년 주전 가운데 부상없이 풀타임으로 뛴 선수는 소크라테스 뿐이다. 나머지 주전들은 모두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가 잦았다. 핵심전력의 서비스타임이 줄어들면서 정예타선을 가동한 시간이 적었다. 5강 진출에 실패한 결정적 이유였다.
나성범과 김도영은 두 차례 부상으로 각각 84경기, 58경기 출전에 그쳤다. 리드오프로 성가를 날린 박찬호도 시즌 막판 두 차례 부상을 당해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최형우도 해결사로 화려하게 부활했으나 1루에 전력으로 뛰다 발에 걸려 쇄골분쇄골절로 일찍 시즌을 끝냈다. 김선빈도 부상으로 한 달 동안 빠졌다. 최원준도 군복무를 마치고 시즌 중반에 복귀한데다 광저우 국가대표로 발탁받았으나 종아리 부상으로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도 부상변수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령 최형우와 나성범과 부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체력관리도 필요하다. 특히 김선빈은 부상이 잦아 뒤를 받치는 야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김도영도 아직 재활중이라 개막전 출전이 어려울 수 있어 대체 자원을 준비해야 한다. 포수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지난해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훈련 테마는 젊은 백업선수 구축이었다. 이번 호주 캠프에서 외야수 김석환과 박정우, 내야수 박민과 윤도현, 변우혁, 포수 한준수 등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석환은 일발장타력을 갖췄고 짧고 빠른 스윙으로 교정했다. 박정우는 빠른발과 강한어깨에 정교함까지 갖춰 활용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민은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호주리그에서 많은 실전경험을 쌓았다. 변우혁도 역시 짧고 정확한 스윙으로 바꾸어 백업 뿐만 아니라 주전경쟁에 뛰어들었다. 1루와 3루 기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
김도영의 라이벌이었던 윤도현도 재활을 모두 마치고 돌아왔다. 맞히는 능력이 좋고 수비도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다. 포수 한준수는 작년 1군에서 제 2의 포수를 맡으며 귀중한 경험을 했다. 다케시 배터리 코치를 만나 수비력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타격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군의 뒤를 받치겠지만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부터 관건은 이범호 감독의 용인술이다. 타격코치로 수 년간 이들을 지도하며 단점을 보완해왔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고민했다. 이제는 감독으로서 젋은 백업선수들에게 적절한 기회와 동기 부여를 통해 주전급으로 키워야 하는 수완이 필요하다. 만일 이들의 능력을 한단계 끌어올린다면 세대교체는 물론 우승전력이 될 수 있다. 이 감독의 향후 운명도 포함된 가장 큰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