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의 나이에 다년계약을 맺었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방출 이적생으로 현역 연장 기로에 놓였던 선수였지만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롯데 김상수(36)에게 다년계약은 보상이자 책임감을 갖게 하는 촉매제와 같았다.
김상수가 롯데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스프링캠프. 지난해는 SSG 랜더스에서 방출됐던 상황에서 자신을 다시 증명해야 했지만 올해는 어엿한 투수진의 핵심이자 팀의 리더 그룹으로서 참가하고 있다.
김상수는 지난해 67경기 4승2패 1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12의 성적을 거뒀다. KBO리그 단일시즌 역대 최다 홀드인 40홀드를 기록했던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하면서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부활의 각오를 절실하게 보여줬고 투수진의 리더로서 역할까지 했다.
그러자 김상수는 36세 시즌을 앞두고 다년계약 보상을 받았다. 2년 최대 6억원(연봉 4억원, 인센티브 2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김상수는 “단장님께서 제가 작년에 보여줬던 모습들이 팀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저도 선수로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단장님께 제안을 드렸다”라면서 먼저 다년계약을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선수가 원한다고 해서 맺을 수 있는 다년계약이 아니었다. 구단도 김상수의 공헌도를 인정했고 전향적으로 생각했다. 박준혁 단장을 비롯한 구단 운영팀들이 함께 고민했고 최고위층도 OK 사인을 내렸다. 김상수는 “단장님, 운영팀장님, 분석팀 직원들 모두가 제 고민을 들어주시고 받아들여주셨다. 그리고 사장님도 마무리를 잘 해주셔서 잘 됐다. 너무 감사하다”라면서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분명한 건 제가 지난해 잘하고 다년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또 멀리서 응원해주시고 ‘롯데에 와줘서 고맙다’라고 해주시고 좋아해주신 팬들 덕분이다. 이런 보답을 받은 것 같다”라고 재차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년계약이 끝이 아니다. 김상수에게는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고참 그룹으로서 더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하면서 구단의 기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길을 찾고 있다. 그는 “분명히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또 어떻게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고 여러가지 시도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구단 유튜브 채널인 ‘Giants TV’에서 자체 컨텐츠인 ‘상시경의 먹을텐데’를 직접 찍기도 했다. 김상수의 맛집을 찾아가고 설명하는 컨텐츠인데 조회수 일주일 동안 7만회가 넘을 경우 두 번째 컨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김상수 스스로는 걱정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7만회를 훌쩍 넘었고 현재(2024년 2월16일 기준), 15만회를 기록 중이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다행히 여러모로 도움이 됐고 가게 사장님도 많이 좋아해주셨다. 요즘도 팬들이 계속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많이 좋아해져서 저도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김태형 감독의 부임과 함께 고참 그룹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주장 전준우를 비롯해 고참 그룹의 결속력이 단단해지고 있고 또 김태형 감독 역시 이를 주문하고 있다. 삼성, 키움, SSG 등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들이었던 팀에서 활약했던 만큼 그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는 “여러 팀을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고참들이 잘 뭉쳐야 팀이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고 고참들이 잘 뭉치면 밑에 있는 친구들도 저렇게 똘똘 뭉쳐야 팀이 강해지는 구나, 저런 팀워크가 있어야 팀이 끈적끈적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롯데만의 이런 팀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겨울 부터 (전)준우 형, (정)훈이 형과 얘기를 많이 했고 또 투수진에 (진)해수 형도 와서 여러 대화를 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 어떤 방향성을 갖고 가야할지, 어떤 선배들이 있고 어떤 리거다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고 후배들이 야구를 잘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라고 강조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이미 달라진 팀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어린 투수들 선수들도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김상수는 “서서히 변화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제가 강제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제가 봤던 강팀들의 좋은 점들을 말해주고 알려주면서 서로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팀이 하나로 뭉치고 강팀으로 가기 위해 고민한다. 김상수 본인 역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는 “후회하기 싫어서 매일 열심히 하고 지금도 매일 더 성장하려고 한다. 우리 팀에 젊고 좋은 투수들이 많지만 그 친구들 못지 않게 더 좋아지려고 노력한다. 마운드에서 경험 만으로 타자를 상대할 수는 없다. 구위와 컨트롤이 되어야 나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연차가 쌓이면서 부상도 조심하려 하고 무서워하지만 부상을 덜 무서워하고 강인하게 하려고 생각한다”라면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팀의 우승이라는 목표는 당연하다. 그리고 가슴 속에 품은 개인적인 목표도 넌지시 내비쳤다. “난 프로에서 늦게 꽃을 피우고 시작했다. 서른이 다 되어서 시작했다. 길게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라면서 “최초 200홀드, 800경기 등 이런 기록들을 은퇴하기 전까지 세우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김상수는 581경기 120홀드를 기록 중이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김상수는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면 매일 강인해 지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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