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루머가 끊이지 않는 ‘예비 FA’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한국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16일(이하 한국시간) 김하성 트레이드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없으며 이례적인 일정으로 인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내달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의 정규시즌 개막전이 김하성 트레이드에 있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시즌 중 트레이드가 되는 예비 FA 선수는 원소속팀의 1년 재계약 제안인 퀄리파잉 오퍼 대상에서 제외된다.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와 다른 팀과 FA 계약하면 원소속팀이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받는다. 시즌 중 트레이드가 FA 선수에겐 보상 족쇄가 사라져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서울 시리즈와 3월29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본토 개막전 사이에 김하성이 트레이드되는 경우.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에 퀄리파잉 오퍼가 도입된 이후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서울시리즈 때문에 다른 28개 팀보다 개막이 일주일 먼저 빨라지면서 빚어진 상황이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만약 김하성이 서울시리즈가 끝나고 본토 개막전이 시작되기 전 트레이드가 이뤄지면 퀄리파잉 오퍼 자격을 잃게 될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 샌디에이고는 ‘시즌 중’이지만 다저스가 아닌 다른 28개 팀은 ‘시즌 전’ 상태이기 때문이다. 종전 사례가 없었던 만큼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하성 입장에선 ‘시즌 중’으로 인정돼 FA 보상 족쇄가 사라지는 게 좋다. 하지만 이 경우 김하성을 트레이드로 데려가는 구단이 시즌 후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지도 못한 채 선수를 잃고,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 김하성을 원하는 팀이 있어도 트레이드를 주저하게 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예 3월20일 서울 개막전이 열리기 전 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한 달 남짓한 기간 내로 트레이드가 이뤄져야 김하성을 데려가는 팀에서 퀄리파잉 오퍼로 보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한층 더 떨어졌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의 즉각적인 트레이드 가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지난겨울 샌디에이고가 비용 절감과 로스터 보강을 위해 예비 FA 스타 외야수 후안 소토(뉴욕양키스)를 트레이드하면서 김하성이 외부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고,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지금까지도 여러 구단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주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김하성을 조금 더 오래 붙잡을 계획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프렐러 단장은 “우리는 김하성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난해 우리 팀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도 중요한 선수였고,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그가 여기에 있어 기쁘다. 김하성도 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엄청난 해를 보낼 준비가 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디애슬레틱은 ‘지난해 팬그래프 WAR 4.4를 기록하며 아시아 출신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은 올해 연봉이 800만 달러에 불과해 다른 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심각한 성적 하락이나 1억 달러 넘는 연장 계약을 제외하곤 2025년 1000만 달러 상호 옵션도 거절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지만 불완전한 로스터와 다른 고액 계약들로 인해 유연성이 제한돼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퀄리파잉 오퍼 자격 여부가 불분명해지면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샌디에이고 관계자는 “3월20일 이전에 김하성을 트레이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인정하며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미래에 관한 결정은 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뤄질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샌디에이고에 와서 올해로 4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김하성은 여러 차례 팀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지난 12일 스프링 트레이닝이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국내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김하성은 “샌디에이고가 너무 좋다. 이 팀에 있고 싶은데 팀 사정이 내가 다른 데 가야 한다면 가야 한다.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하지만 또 가긴 싫고 그렇다”며 팀에 남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퀄리파잉 오퍼를 둘러싼 변수는 샌디에이고 잔류 의지가 강한 김하성에게 나쁠 게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