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아냐. 그건 기술이야. 확실히 기술이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올스타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30)는 이달 초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캠프지로 미리 넘어와 스프링 트레이닝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기간 한국에서 온 외야수 이정후(25)와 같이 운동하면서 그의 비범함을 바로 옆에서 느끼고 있다. 두 선수는 같은 좌타 외야수로 에이전트도 스캇 보라스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15일(이하 한국시간)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개인 훈련을 마친 뒤 한국 취재진 앞에 선 콘포토는 “이정후를 알게 돼 정말 즐겁다. 그는 재미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청년이다. 여기 와서 대부분 운동을 이정후와 함께했다. 라커도 바로 옆에 있어서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그를 알면 알수록 매우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갈 것 같다”고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 8시즌 경력자로서 이정후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줄 만한 위치에 있는 콘포토이지만 지금은 별 말을 하지 않는다. 콘포토는 “이정후에게 많은 조언을 하지 않았다. KBO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다. 자신감을 잃지 말고 자신의 루틴을 잘 지키라는 말만 했다. 배팅 케이지에서 그의 루틴은 정말 멋지고 세련됐다. 모든 훈련에는 목적이 있다. 그 루틴을 고수하고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이 리그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아직 경기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연습 과정만 봐도 이정후의 남다른 면모가 돋보인다. 콘포토는 “내 생각에 이정후는 외야에서 훌륭한 수비력을 보여줄 것 같다. 공을 맞히는 기술도 뛰어나다. 타율이 높을 것이다”며 “매우 빠르고, 타석에서 좋은 접근법을 갖고 있다. 이런 면이 이정후의 리그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스트라이크존을 잘 알고, 수비가 좋으며 잘 달리면서 에버리지를 낼 수 있는 타자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정후의 약점 중 하나로 평가되는 장타력에 대해서도 콘포토는 “타격 연습 때 치는 걸 보면 파워도 있는 것 같다”며 “우리 팀이 이기는 데 있어 이정후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두 선수간 에피소드도 있었다. 타격 훈련을 하던 중 이정후가 몸쪽 깊은 공에 몸을 피하면서도 정확하게 컨택한 것을 보고 콘포토가 놀랐다. 이정후의 그때 타격 모습을 흉내내면서 취재진 웃음을 자아낸 콘포토는 “점프를 하면서 스윙을 하더라.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정후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난 ‘아냐, 아냐. 그건 기술이야’라고 말했다. 확실히 기술이다. 이정후의 영상을 몇 개 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타격 영상 중 유명한 것이 바로 이 스윙이다.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었던 지난 2022년 6월18일 고척 LG 트윈스전에서 3회 임찬규의 5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142km 직구에 두 다리가 뒤로 빠지면서 스윙했는데 우전 안타로 이어졌다. 피하지 않았으면 몸에 맞는 공이 될 코스. 몸이 휘청인 채 중심이 흔들려 헬멧이 벗겨진 상황에서도 이정후는 공을 끝까지 바라보며 기막힌 배트 컨트롤로 안타를 만들어냈다.
묘기에 가까운 안타로 화제가 되면서 영상으로 퍼지기도 했다. 콘포토도 이정후의 묘기 안타 영상을 봤고, 실제 연습 과정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단순한 운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콘포토는 이정후의 기술이라고 단언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지난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뉴욕 메츠에 지명된 유망주 출신 우투좌타 외야수 콘포토는 2015년 데뷔 후 메이저리그 8시즌을 뛰며 통산 882경기 타율 2할5푼3리(2957타수 747안타) 147홈런 454타점 OPS .810을 기록 중이다. 2017년 올스타에 선정됐고, 2019년 개인 최다 33홈런 시즌을 터뜨리며 메츠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그러나 2021년 시즌 후 메츠의 1년 1840만 달러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왔지만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면서 악수가 됐다. 2022년 1년간 소속팀 없는 상태로 보낸 콘포토는 그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2년 3600만 달러 FA 계약을 체결했다.
1년 공백 여파인지 지난해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125경기 타율 2할3푼9리(406타수 97안타) 15홈런 58타점 OPS .718로 저조했다. 8월말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3주가량 공백기를 갖는 등 후반기에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부상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정상적인 몸 상태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콘포토는 “건강하게 운동하면서 준비할 수 있어 좋다. 올해는 더 나아질 것 같다. (우익수 수비에서) 내가 전력 질주로 다이빙해서 잡아야 할 타구를 (중견수) 이정후가 잡아줄 것이다. 다리 상태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은 뒤 “이정후는 성공할 수 있는 재능과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한국 팬들도 이정후를 보러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콘포토뿐만 아니라 에이스 투수 로건 웹도 이정후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NBC스포츠 베이에이리어’에 따르면 웹은 “이정후가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그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며 “항상 기분이 좋고, 농담도 잘하는 것 같다. 그의 타격 연습을 보면 아무도 그에게 강하게 던지지 않지만 매번 라인드라이브 또는 배럴 타구가 나온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다”고 칭찬했다.
이정후의 성격적인 요소를 칭찬한 게 눈에 띈다. 멜빈 감독도 “감독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일본의 유명 스타들과 함께했고, 샌디에이고에는 김하성이 있었다. 이정후가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편하게 지내는지 보고 있으면 놀라울 정도다. 선수들과 농담도 잘한다. 보통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정후는 쉽게 대화할 수 있는 유형의 성격이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훌륭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선수들과 관계도 빠르게 가까워지면서 샌프란시스코 일원으로 녹아들고 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왔고, 내가 잘해야 여기 샌프란시스코와 메이저리그에도 한국 선수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행동을 조심하려고 하고 있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선수들에게 먼저 인정받는 선수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빠르게 재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