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투수진 강해요. 진짜 강해요.”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투수조장 김원중(30)은 확신에 찬 어조였다. 롯데의 현재 투수진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듯 했다.
그는 “우리 투수진이 지금 엔트리에 드는 것도 빡빡하다. 현재 페이스가 다 좋고 캠프에 온 선수들 모두 정말 좋다. 누구 한 명을 뽑기 힘들 정도로 정말 좋다. 감독님과 코치님도 정말 고민이실 것 같다”라면서 “다른 팀 투수진을 안 봐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투수들 가운데 누가 엔트리에 포함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라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롯데는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강팀이라고 부를 수 없는 전력이었고 전력을 제대로 응축시키지 못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도 희망은 찾을 수 있다. 근래 롯데 투수진은 젊은 투수들이 양적으로 많아지고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구단의 안좋은 성적은 역설적으로 유망주 자원 수급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구단의 육성 시스템도 체계를 갖춰가고 있었고 젊은 투수들 역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꿈을 키우며 성장의 열매를 먹고 있었다.
여기에 적재적소에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투수진의 신구 조화까지 이뤄지게 했다. 2022년 SSG에서 방출됐던 김상수를 영입한 게 대표적이었다.
지난해 롯데 투수진은 4.15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전체 6위로 중위권 수준이었다. 하지만 투수진 순수 역량으로는 상위권이었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3.98로 KT(3.80), LG(3.96)에 이어 3위였다. 팀 탈삼진도 1070개로 리그 2위였다. 여러모로 투수진 자체의 역량과 잠재력은 뛰어난 편이다.
괌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의 3분의 2 가량 소화한 현재, 투수조장 김원중의 말처럼 투수진은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 올리면서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김 감독은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빠르고, 특히 고참들의 페이스가 굉장히 빠르다. 본인들이 시즌에 맞춰서 끌어올리는 것보다 몸 상태가 괜찮을 때 끌어올리고 그 다음에 조절을 하는 게 낫다고 얘기를 하더라. 본인들이 경험을 통해서 잘 준비할 것”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제 어떤 선수를 어느 자리에 넣어야 할지를 고민하기 보다, 어떤 선수를 빼야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투수진의 페이스가 괜찮고 의심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정말 투수들 다 괜찮다. 빼야 할 선수들을 정해야 할 정도로 골치가 아프다”라고 웃으면서 “선발 5명에 필승조 역할을 할 투수 5명까지 벌써 10명이다. 여기에 왼손 투수 한두 명이 들어가게 되면 벌써 투수 엔트리 12~13명이 꽉 차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투수 파트를 관장하고 있는 주형광 투수코치는 “지금 너무 좋다고 말하는 게 무섭다”라고 하면서도 “투수들이 정말 준비를 잘 해왔다. 주요 투수들은 다 계산을 해서 왔다. 다만 자리를 잡기 위해 잘 보여야 하는 선수들도 준비를 잘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김상수, 진해수, 임준섭 등 지난해와 올해 새롭게 합류한 베테랑 투수들에 대해서는 ‘페이스 다운’을 좀 더 요구하게 되는 상황. 주 코치는 “(진)해수나 (임)준섭이 같은 경우는 어렵게 다시 팀을 찾았다. (김)상수도 적은 나이는 아니지 않나”라면서 “감독님은 오버페이스하지 않게 좀 누르라는 말씀을 하고 계신다. 나 역시도 이들이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감이 없어서 못하는 선수들이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찰리 반즈, 애런 윌커슨의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에 박세웅, 나균안까지 4선발은 완벽하다. 5선발 자리는 현재 캠프에서 이인복과 한현희가 경쟁하고 있다. 좌완 심재민에게 무게추가 기우는 듯 했지만 어깨 상태가 다소 좋지 않아 이번 캠프에는 불참했다. 오키나와 2차 캠프 합류도 어렵다. 필승조 역할을 할 투수들도 윤곽이 잡혔다. 마무리 김원중에 구승민, 김상수, 최준용, 그리고 사회복무요원에서 소집해제 한 박진형까지 생각하고 있다.
주 코치는 “이제 2~3명 정도만 고민을 하고 있다. 김진욱, 진해수, 임준섭 등 좌완 투수진 가운데 1명 정도가 들어가고 롱릴리프 쪽을 고민하고 있다”라면서 “결국 실전 연습경기를 해봐야 알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롯데 내부에서는 절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투수진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다. ‘타격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과거 좋은 성적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좋은 투수진이 있었다. 롯데의 투수진은 점점 강해지고 있고 또 스스로 강하다는 믿음과 확신으로 2024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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