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최고 대우를 거절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데이비드 뷰캐넌(34). 그러나 기대했던 메이저리그 계약은 없었다. 뷰캐너의 손에 쥐어진 것은 스프링 트레이닝 초청권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우완 투수 뷰캐넌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발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 차려진 필라델피아 스프링 트레이닝에 초청선수로 합류하는 조건.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공개가 되지 않았지만 빅리그 보장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척 실망스런 계약이다.
뷰캐넌은 지난달 초 삼성과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 2020년부터 4년간 삼성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며 1선발 에이스 구실을 톡톡히 하면서 삼성으로부터 다년 계약을 제시받았다. 그동안 암암리에 외국인 다년 계약이 존재하긴 했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뷰캐넌이 최초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액적인 면에서 삼성과 뷰캐넌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 초과가 부담스러웠다. 새 외국인 선수로 투수 코너 시볼드, 내야수 데이비드 맥키넌 모두 100만 달러 신규 상한액을 채워 영입하면서 뷰캐넌에게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40만 달러. 내년에도 최대 250만 달러까지 제시가 가능했지만 시볼드와 맥키넌의 재계약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뷰캐넌에게 ‘몰빵’하기 힘든 구조였다.
2017~2019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거쳐 2020년 삼성과 계약한 뷰캐넌은 한국에서 4년간 큰돈을 벌였다. 첫 해 총액 85만 달러(보장 70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계약한 뒤 특급 활약을 하면서 단숨에 150만 달러(보장 100만 달러, 인센티브 50만 달러)로 2021년 연봉이 대폭 상승했다.
이어 2022년 170만 달러(보장 120만 달러, 인센티브 50만 달러)로 추가 인상된 뷰캐넌은 2023년에는 샐러리캡 문제로 10만 달러 삭감된 160만 달러(보장 120만 달러, 인센티브 40만 달러)에 계약했지만 여전히 특급 대우였다.
4년간 총액 56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5억원을 벌었다. 인센티브를 제외한 보장 금액으로만 따져도 410만 달러(약 55억원). 4년 내내 A급 성적을 냈기 때문에 인센티브 대부분을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의 다년 계약을 받았다면 뷰캐넌은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고 연봉자가 됐을 것이다. 올해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은 150만 달러로 케이시 켈리(LG 트윈스), 윌리엄 쿠에바스(KT 위즈),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가 공동 1위다.
삼성도 시간을 길게 끌지 않고 새 외국인 투수로 데니 레예스를 영입하며 뷰캐넌과 작별을 고했다. 이후 뷰캐넌은 메이저리그 복귀를 본격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한 ‘MVP’ 에릭 페디처럼 빅리그 유턴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졌다. 신시내티 레즈가 실제로 관심을 보이며 오퍼가 갔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12월 연말에 FA 프랭키 몬타스(1년 1600만 달러)를 영입한 뒤 기류가 바뀌었다. 삼성과 재계약이 불발된 뒤에도 좀처럼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결국 2월 필라델피아의 스프링 트레이닝 투수조 소집일을 하루 앞두고 마이너 계약으로 거취가 결정됐다. 2014~2015년 필라델피라에서 빅리그 2년을 경험한 뷰캐넌에겐 친정팀 복귀이지만 기대했던 상황은 아니다. 초청선수로 시범경기까지 경쟁할 기회를 얻었지만 보장된 빅리거 신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단히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한다.
필라델피아는 잭 휠러, 애런 놀라, 타이후안 워커, 레인저 수아레즈, 크리스토퍼 산체스 등 5인 선발 로테이션이 비교적 잘 구축돼 있다. 결국 기존 선수들의 부상시 대체 선발 자리를 노려야 하는데 필라델피아가 보험용으로 2명의 투수를 저렴하게 데려왔다. 우완 스펜서 턴불(1년 200만 달러), 좌완 콜비 알라드(1년 1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뷰캐넌보다 우선 순위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