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FA 투수 류현진(36)의 유력 행선지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 마이클 킹까지 1~3선발은 안정적인 샌디에이고이지만 4~5선발 두 자리가 휑하게 비어있다. 여러 투수들이 후보에 있지만 풀타임으로 확실히 검증된 선발은 없다. 류현진이 들어오면 이상적이다.
샌디에이고도 실제로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현지발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FA 시장에 남은 준척급 선발투수로 마이클 로렌젠, 에릭 라우어와 함께 류현진이 샌디에이고의 관심 대상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지난 12일 투수·포수조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뒤에도 샌디에이고는 외야수 주릭슨 프로파(1년 보장 100만 달러) 외에는 주목할 만한 선수 영입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 트레이닝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선 프렐러 단장은 추가 전력 보강에 대한 여러 질문을 받았다. 그 중에는 류현진에 대한 직접적인 물음도 있었다.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97.3 더 팬’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렐러 단장은 “특정 투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류현진은 정말 존경하는 선수다.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와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항상 그를 존경해왔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프렐러 단장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지금 선수 구성이 마음에 든다. 여러 FA 선수들을 데려와서 팀 전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우리 입장에선 진정한 업그레이드가 돼야 한다.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현재 투수진에 대한 믿음을 표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이상 캔자스시티 로열스),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레즈)가 FA를 통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블레이크 스넬도 여전히 FA 시장에 남아있지만 2억 달러 이상 거액을 원해 긴축 재정에 들어간 샌디에이고가 잡을 여력이 없다. 지난해 12월 뉴욕 양키스에 후안 소토로 트레이드하면서 받아온 3선발 킹과 함께 랜디 바스케스, 조니 브리토, 드류 소프가 4~5선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 내부 자원으로 페드로 아빌라, 맷 월드론, 하이로 아이리아테, 제이 그룸, 글렌 오토도 선발 후보군에 포함된다. 투수 육성에 능한 루벤 니에블라 투수코치의 지도력을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선발 풀타임 시즌 경험 있는 선수가 오토 단 1명밖에 없다. 유망주들의 성장을 기대하지만 전력의 확실한 상수로 놓기 위해선 류현진과 같은 검증된 베테랑이 있으면 좋다.
그래서 류현진과 꾸준히 링크가 나고 있지만 계약 소식은 없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프렐러 단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우리는 꽤 활발하게 움직였고, FA와 트레이드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추가적인 선수 영입과 전력 보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캠프를 마무리할 때 우리 팀은 지금 모습과 다를 것이다”고 외부 영입을 예고했다.
선발투수뿐만 아니라 외야수 보강도 필요하다. 현재 40인 로스터에 외야수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호세 아조카 2명뿐이다. 여기에 유틸리티 프로파와 계약 합의를 했고, 유격수 유망주 잭슨 메릴이 외야 겹업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숫자는 늘었지만 추가적인 보강이 필요하다. 프렐러 단장 역시 최우선 보강 포인트로 외야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발투수진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프렐러 단장은 “우리는 항상 열려있다. 선발투수가 충분할 순 없다.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진실이다. 늘 선발을 영입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 대상 중 하나가 류현진이 될 수 있다. 류현진에 대한 존중을 표시한 프렐러 단장이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지켜볼 일이다.
예상보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어지고 있지만 류현진의 시장 가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14일 이저리그 FA 시장 미계약 선수 상위 10명의 랭킹을 매겼는데 류현진이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시내티 레즈, 몬트리올 엑스포스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 짐 보든이 매긴 랭킹으로 ‘류현진은 건강해 보이지만 부상 위험 때문에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고 평가하면서도 ‘지난해 막판 같은 투구를 한다면 류현진은 트레이드 마감일에 그를 트레이드할 수 있는 비경쟁권 팀들과 계약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같은 팀이 류현진에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행선지를 예측하기도 했다.
순위 경쟁과 거리가 먼 약팀들은 즉시 전력 FA 선수를 1년 단기 계약으로 영입해 트레이드 마감일에 유망주를 받는 카드로 쓰곤 한다. 하지만 류현진이 약팀을 썩 내켜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조금 더 경쟁력 있는 팀의 오퍼를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 보든은 ‘부상 위험이 높고, 나이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하락세를 보이는 선발투수가 여러 명 있는 컨텐터 팀에서 선발진 뎁스 강화를 위해 류현진을 활용할 수 있다.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