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나보다 영어를 잘한다고 하더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한 김하성(28)이 ‘루키’ 고우석(25)의 적응력을 인정했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시작된 투수·포수조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하자마자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적응하려는 고우석의 모습에 짐짓 놀란 듯하다.
김하성은 2년 연속으로 한국인 동료를 맞이했다. 지난해 8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넘어온 최지만(32)과 두 달을 짧게 지냈다. 최지만이 시즌 후 FA가 되며 팀을 떠났지만 고우석이 지난달 샌디에이고와 2+1년 보장 45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김하성의 새로운 동료가 됐다.
미국 커리어가 오래된 최지만과 달리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생짜 신인. 김하성이 옆에서 이것저것 도와줘야 할 게 많아 보인다. 지난 13일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하성은 “같은 한국인 선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고우석이) 투수라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그래도 우석이가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도와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하성은 “우석이는 대표팀에서도 봤는데 자기 할 것을 잘한다”며 “(여기서도) 잘 적응하는 듯하다. 선수들이 나보다 영어를 잘한다고 하더라. 벌써 선수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대단하고, 보기 좋다”고 칭찬했다.
고우석은 “보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하고 있다.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고, 처음 보는 선수들이지만 먼저 다가가며 노력하는 자세를 김하성도 좋게 봤다. 김하성이 2021년 처음 샌디에이고에 왔을 때 “선수들과 친해져라”는 박찬호 샌디에이고 구단 특별 고문의 조언을 받고 밟아간 과정이기도 하다.
비자 발급 문제로 촉박하게 출국한 고우석은 12일 스프링 트레이닝 첫 날부터 바로 불펜 피칭에 들어가다. 미국 입국 2일차에 30개 정도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고우석의 불펜 피칭을 본 김하성은 “예상보다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시차 적응이 안 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던졌다고 하는데 무리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첫 불펜에서 자기 페이스대로 한 것이 보기 좋았다. 그걸 잘 유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올해 샌디에이고 핵심 불펜으로 기대를 모은다. 샌디에이고는 조쉬 헤이더(휴스턴 애스트로스)가 FA로 떠나면서 마무리 자리가 공석이다. 기존 셋업맨이었던 로베르트 수아레즈가 새 마무리 1순위로 꼽히는 가운데 일본에서 온 마쓰이 유키, 뉴욕 양키스에서 FA 이적한 완디 페랄타가 고우석과 함께 도전을 하는 형국이다.
김하성은 “올 시즌 팀에서 우석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치지 않고 잘하면 최고의 불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마무리가 되면 좋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나도 4년째 뛰고 있지만 경기 나가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쉽지 않고 어려운 곳이다. 우석이가 말한 것처럼 엔트리에 들어간 뒤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야 한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고) 그러면 독이 될 수 있다. 우석이는 멘탈이 좋다”는 말로 당부와 믿음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