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에서 선수와 코치로 오래 몸담은 김재걸(52) 코치가 한화 이글스로 옮겨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군 작전코치로 3루 베이스 코치를 겸한다.
김재걸 덕수상고-단국대 출신으로 1995년 삼성에 입단한 뒤 2009년 은퇴할 때까지 원클럽맨으로 뛰었다. 1군 13시즌 통산 1125경기를 뛰며 타율 2할3푼(2128타수 490안타) 14홈런 170타점 119도루를 기록했다. 입단 초에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30대 이후 내야 전천후 수비력과 탁월한 작전 수행 능력을 뽐내며 주전급 백업 멤버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다.
특히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5할(12타수 6안타) 5볼넷 2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삼성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해 활약을 발판 삼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배우 배용준의 ‘욘사마’에 빗대 ‘걸사마’라는 별명도 붙었다.
2010년 은퇴식을 갖고 선수 커리어를 마감한 김 코치는 삼성에서 1~2군 작전과 수비코치를 넘나들었다. 2019~2020년 LG 트윈스에서 2년간 1군 작전코치를 지낸 뒤 2021년 삼성에 2군 수비코치로 복귀했다. 2022년 1군 작전코치를 거쳐 2023년에는 퓨처스 감독에 선임돼 육성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정든 삼성을 떠나 한화로 옮겼다. 1년 전부터 이어진 러브콜이 있었다. 김 코치는 “사실 재작년 시즌 후 손혁 단장님이 컨택을 해주셨는데 그때는 상황상 오지 못했다. 지난 시즌 끝나고 최원호 감독님이 가장 빠르게 연락주셔서 함께 해보자고 하셨다. 원래 저울질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단장님·감독님이 가진 생각과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흔쾌히 고민 없이 한화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어떤 부분에서 생각이 잘 맞아떨어졌을까. 이에 대해 김 코치는 “솔직히 외부에서 볼 때도 한화는 연이은 투자로 선수 구성이나 풀이 많이 올라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에도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작전이나 주루, 상황 속 디테일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이 있었다. 단장님과 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보완해 나가고자 했고, 나 역시 그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화는 지난해 팀 도루 9위(67개)로 뛰는 야구에 소극적이었다. 올해부터 KBO리그도 메이저리그처럼 베이스 크기 확대와 피치 클락으로 뛰는 야구에 득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적극적인 주루가 필요하다. 번트를 비롯해 선수들의 전반적인 작전수행능력 향상이 절실한 시점. 이 부분에 있어 디테일이 떨어지는 게 한화의 최대 약점이었고, 작전·주루 파트에서 경험이 풍부한 김 코치를 영입해 보완하고자 한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부터 한화에 합류해 이달부터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지도를 이어가고 있는 김 코치는 “마무리캠프 때부터 선수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했다. 우리의 디테일이 다소 아쉬웠던 것에 대해 그 누구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문제점을 모두가 알고 있고, 그것을 보완해 나가려는 의지가 확실한 만큼 발전하는 데 있어 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어 김 코치는 “다만 코치 생활을 오래 하면서 느낀 부분은 선수들이 플레이를 수월하게 해나가기 위해선 확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임은 내가 질테니 선수들에게는 확신을 갖고 플레이하라는 부분을 많이 주문한다. 단기간 드라마틱하게 발전되면 좋겠지만 사실 그건 힘들기 때문에 긴 시즌을 치러나가면서 조금씩 더 성숙된, 짜임새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도록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코치는 “야구는 매일 경기가 있고, 3연전으로 이어진다. 상대팀에 상대하기 쉽다는 생각을 주면 안 된다. 구단의 투자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서 타격 쪽에선 활발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상황에 맞는 움직임, 상대를 괴롭히는 상황들을 잘 준비해 나가겠다. 상대로 하여금 쉽지 않은 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강팀으로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